제 18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전국 트라이애슬론 대회 출전기 (2018년 6월 24일)
2018년 6월 24일 경주 보문단지
2002년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혼자 시합에 나간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주 대회는 나에게 또 하나의 껍질을 깨게 했던 시합이었다.
혼자 집에서 출발해서 350키로를 운전하고 경주로 내려갔다.
더케이 경주 호텔이 보문단지 바로 앞이라 생각한 것은 내 착각이었다. 3키로 정도 시합장에서 떨어져 있어서 내내 차 끌고 시합장으로 이동했다.
호텔 방 하나 얻어서 침대 한 개는 내가 쓰고, 하나는 가방이 썼다. 밥도 시합에 출전한 선수들이 단체로 바글바글 앉아서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는 자리에서 혼자 밥 시키고 맥주 시켜 먹는데 잘도 넘어갔다. 잠도 잘 잤다. 혼자 자면 겁이 날 것 같지만 워낙 타지에서 다양한 숙박 업소에서 자기 때문에 아주 편히 잘 잤다. 오히려 클럽 회원들과 간 것보다 코 고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 불편할까봐 조심조심하지 않아도 되어 방 안에서 편하게 지냈다.
시합은 수영부터 조금 힘들었다. 시합 전 두 번 수영하고 출전한 거라 다리도 아팠다. 그러다 보니 수영 막판에 바꿈터 사용 이미지 트레이닝을 못 했다. 그래서 바꿈터 들어와서 방향이 헷갈려 잔차 찾아 두 바퀴나 돌았다. 보문단지를 만만하게 본 탓에 거대한 언덕을 네 바퀴 도느라 힘도 많이 들었다. 언덕보다 나를 더 힘들 게 한 건 드래프팅하는 선수였다. 906번인가? 908번인 나랑 가까운 번호의 여성 선수가 대놓고 하는 드래프팅을 보며 참다 못해 달리기 하러 바꿈터에 들어가서 화를 내고 시비를 거는 바람에 바꿈터 시간을 또 버렸다.
달리기는 더운데 정말 그런 생고생이 또 없었다. 죽으라 뛰어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연습 전혀 없이 나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암튼 혼자 가서 겨우 완주만 하고 왔다.
오다가 도저히 졸려서 참지 못하고 군위 휴게소 정자에서 혼자 자다가 왔다.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역겨운 냄새도 졸음 앞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록 같지도 않은 기록으로 골인했지만 혼자 시합 다녀온 내가 대견했다. 앞으로도 아무도 시합 안 나가도 혼자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시합 전 날 보문회. 보문호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
<대회 관계자가 찍어준 사진일 것이다. 이 시합에서 이거 하나 건졌다.>
<올해 가장 나쁜 기록이다. 바꿈터 사용 실패와 달리기를 1시간 6분을 했으니 이런 기록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