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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27) 달리기 대회 본문
올해 내 생애 두 번째로 트레일런 대회에 나갔다. 마라톤 대회는 종종 나갔지만 트레일런 대회는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일단 연습을 하려면 산으로 가서 뛰어야 하므로 웬만한 의지로는 어려워 대회도 쉽게 질러지지 않는다.
나는 시합을 나갈 땐 반 학생들에게 알리고 연습 과정을 공개한다. 공부를 하라고, 도전을 하라고, 노력을 하라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 하는데, 그런 말들은 학생들에게 별로 효과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늘 듣는 말이고, 잔소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해라, 노력해라 하는 말보다 내가 시합을 지르고, 그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시합의 결과도 공유하면서 나도 학생들처럼 도전하고 연습하고 결과를 맞이한다는 것을 보게 한다.
올해 나의 첫 시합은 5월 말에 있었던 트레일런 대회였다. 시합을 지르고 반 학생들에게 그 사실을 공개하고 연습 계획을 발표하였다. 시합 전 산을 세 번을 뛰어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 평소 주말에는 집 근처 평지를 10키로 정도 달리고, 주중에는 트레드밀을 7,8킬로 한 번 이상은 뛸 것이라는 것 등.
그리고 내가 연습한 것 중 중요한 사항들, 예를 들면 주말에 10키로 이상 뛴 것, 산으로 가서 달린 것 등을 반톡에 올렸다. 대회 첫 연습은 누적고도는 맞췄으나 산의 지리를 잘 몰라 거리를 못 맞춰서 9키로를 조금 넘게 뛰었다. 두 번째 연습에서는 꾀가 나서 산 둘레 길을 골라 뛰는 바람에 거리는 맞췄으나 누적고도를 못 맞췄다. 세 번째 연습에서는 시합 일주일 전 마지막 연습이라 절박한 마음에 누적고도를 훌쩍 넘겼고, 거리도 시합 거리인 12키로를 맞췄다. 그리고 시합에 나가 완주하고도 월요일 멀쩡한 몸으로 펄펄 나는 듯이 학교에 출근했다.
내가 멀쩡하게 출근할 수 있는 건 연습의 힘이었으며, 시합 전 주에 시합의 누적고도보다 훨씬 넘게 뛴 것은 우리 반 학생들은 다 알고 있었으므로 나의 완주와 몸 상태에 박수를 쳐주었다. 그날 나는 학생들에게 시합 후 멀쩡하게 생활하기 위해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운동 이야기지만 운동 이야기가 아니라고도 했다. 어떤 일을 할 땐 연습을 충분히 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도 도전한 일 때문에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트레일런 대회의 누적고도는 홈페이지에 안내되었던 고도보다 낮았고, 거리는 12키로보다 조금 모자랐다. 연습의 강도가 대회보다 높았던 셈이었다.
얼마 전 나는 그 대회에서 내가 연대별 2위에 입상한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이 출전했던 클럽 회원이 대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것을 보고 알려준 것이었다. 부상으로 내년에 그 대회 참가비가 할인되는 혜택이 있으니 내년에도 나가게 되겠지.
나는 즉시 이 기쁜 소식을 우리 반 학생들에게 알리며 물었다.
“아! 내가 그 대회를 앞두고 산을 10번 뛰었더라면 1등했을까?”
“네!”
“내가 2등 할 줄 알았더라면 연습으로 다섯 번은 뛰었고, 시합 때 제일 뒤에서 출발하지 않고, 제일 앞에서 출발했을 텐데. 그랬으면 1등 노려볼 만 했는데....”
“얘들아, 끝나고 후회 말고, 일을 할 때 늘 최선을 다 해야 후회가 없는 거, 알겠지!”
“네~~ 그래도 샘 잘 하셨어요.”
이번 달 말에도 시합이 하나 있다. 역시 나는 내 연습의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안다. 내가 올리는 것은 운동이지만 운동만은 아니라는 것. 오늘은 내 연습 과정을 공개한 반톡에서
“저도 공부 열심히 해 보려고요.” 하는 답변이 올라왔다. 됐다!
2024.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