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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하세요?”“그런 일이라뇨?”“학교 매점이요. 전 매점이 진짜 매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아닌 것 같아요.”“네, 그거 학교 협동조합이에요. 이익금이 생기면 학교 학생들에게 모두 사용해요. 그거 너무 힘들게 만들었고, 어려운 시기에도 잘 지켜왔으니, 계속 잘 이어 나가야죠.”올해 새로 온 실무사님과 나눈 대화다.3월 초, 학교 협동조합인 학교 가게를 교장님이 없애겠다고 해서 모두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교장님은 ‘왜 외부 업자가 우리 학교에 들어오냐?, 애들 급식 안 먹고 빵 먹는 거 교육적이지 않다, 쓰레기 여기저기 버릴 거다, 다른 업자들이 학교에 민원도 넣을 거다. 공개 입찰하지 않고 그 업자만 매점 운영하게 특혜 준다’고.그 말을 들으며 매점 매니저..
올해 새로 오신 교장님이 학부모총회에서 한 인사말에 교사와 학부모들은 멘붕에 빠졌다. 손가락을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처럼 말은 명확한 단어를 피하면서, 의미는 정확하게 청자들의 머릿속에 착착 감겨 들었다. 이런 화법은 주로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구사하는데, 정치적인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교장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걸 보면 마음과 몸이 따로국밥처럼 되나 보다.딱 꼬집어 핵심 용어를 말하지 않았으므로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요점은 ‘혁신학교는 이제 끝났으니 그만 했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로 유명했고, 학생자치 잘 되고 있고, 다양한 교육과정이 펼쳐지고 있지만 너무 방만하다. 마을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은 과하다. 이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펼쳐야 한다. 우리 지역에 과..
“초과 근무 달지 마세요. 나는 연구 부장할 때 원안지 검토할 때도 초과근무 안 했습니다.”처음 발령받아 온 교장샘이 전체 교사 앞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고 하신 말씀이다. 생활지도, 평가지 제작 이런 것들은 교사의 업무이니 업무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며 초과 근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덧붙여서 우리 학교 부장들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과로사 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니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지 말고 퇴근하라고 했다.드디어 중학교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고등학교에 있었을 땐 초과근무 달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초근 달지 말라면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하지 않아도 돼서 엄청나게 좋았을 것 같다. 야자는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2주에 한 번 따박따박 찾아왔다. 고등학교에 있었을 땐 고3..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교장 선생님 퇴임식이 있었고 아주 훈훈했다. 교장 선생님의 삶이 많은 후배 교사들에게 모범이 되었기에 떠남을 슬퍼하고, 함께 있었던 시간들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웠는지 돌아보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감동적으로 들었다. 식 중간 중간에는 못 오신 분들의 영상 편지도 있었고, 공연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장면은 어떤 교사의 대금 공연이었다. 대금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나는 그 공연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했고, 무사히 끝났다. 연주하며 중간에 음이탈이 아주 조금 있었기 때문에 연주자는 아쉬울지 모르지만 나는 무사히 끝나는 순간 '해냈다는 성취'에 안도의 한숨이 푹 나왔다. 공연은 피아노 반주로 시작되었는데 연주자는 처음에 음을 조율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작 마디를..

‘순종하는 신체’ 덕분에 3년 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운 좋게 아무 일 없이 지냈다. 인간을 복종시키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유무형의 억압들을 푸코 선생님은 「감시와 처벌」에서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17~18세기를 거치며 억압의 방법은 다양한 규율로 변하며 ‘복종되고 훈련된 신체’,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학교를 시작으로 구호시설, 군대, 종교시설 등으로 확장시키며 사회 전반에 걸쳐 촘촘하게 엮은 결과 근대적 휴머니즘의 인간이 탄생했다고 한다.푸코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해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유독 ‘순종하는 학생’이 많은 까닭을 생각해 보면 일단 순종에 길들인 시간이 다른 학교급보다 길다. 다음으로, 사회적으로 ‘대입’이라는 시험 장치가 있다. 푸코 선생님은 ‘시험은 감시하는 위계질서의..
“우리 학생자치회가 제안한 사업인데, 우산 빌려주기 사업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뿐 아니라 동네 전체 학교가 해도 좋겠네요. 우산에는 우리 마을 이름을 새겨 놓으면 어디 있어도 동네 것인 줄 아니까 돌려주기도 잘될 것 같아요.”“전체 교사가 챗 GPT를 사용할 수 있게, 그것도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 한두 달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예산이 2천만원이 넘네요. 선생님들이 수업하면서 수업 기획에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현수막을 여기저기 걸지 말고 우리 학교 벽 전체를 전광판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면 환경이라는 주제에 맞을 것 같아요.”아직은 발령 난 학교 교사는 아니지만 올해 해야 할 교육 특구 사업 협의를 위해 발령 난 학교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마을 학교 교장 선생님과 함께 방문했을 때 그 학교 교..
인사 발령이 났다. 내가 사랑하는 중학교로 돌아가게 되어 마음이 설렌다. 기대감으로 가슴 한 켠이 벅차오른다. 3년 전에 원하지 않았던 일반계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서(이 과정은 정말 교육청 인사 담당자에게 왜 그래야만 했냐고, 어떤 이유가 있었냐고 인간적으로 묻고 싶다.) 한 달 정도 분을 삭이지 못했지만, 하늘이 내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만들고 시도하라고 준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그동안 1학기에는 ‘AI와 협력하여 마을의 설화를 그림책으로 만들다’와, 2학기에는 ‘동네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학년 자율교육과정으로 정착시켰고, 이때 진행한 활동은 생기부 개인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것들은 학기말과 학년말에 마을교사와 함께 협력하여 그 ..

촛불소녀도 남태령 대첩의 주인공들도 광장에만 있었지 학교에는 없었다. 단순히 ‘없었다’가 아니고, 지금까지의 학교는 그런 사람들을 키워낼 수 없었다.책 제목이 수수께끼 같은 형식이지만, ‘그것은 민주주의’라고 학교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학교에 없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답을 찾는다. 그래서 부제로 ‘민주주의의 도전’을 달고 있다.광장에는 있지만, 학교에는 없는 민주주의이므로, 책의 내용은 학교에 어떻게 민주주의가 없었는지 경험한 것과 그것을 찾기 위해 애쓴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그것을 학교의 삶으로 만들 것인지로 구성되어 있다.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해야 한다고 듀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민..
‘AI 디지털 교과서가 찾아왔어요’교육부 유튜브 ‘교육 TV’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수학 디지털 교과서 수업 동영상 제목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부가 자꾸 권하니 방학 때 시간을 내서 홍보 영상을 보았다. 그 전에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에서 시연한 디지털 교과서 수업 영상도 봤지만, 그 이후 시간이 흘렀고 더 나아졌다고 하며, 특히 이 영상은 이주호 장관이 좋은 수업이라고 평했다는 말까지 들었기에 약간 기대도 있었다.“어떤 수업이길래 장관의 마음에 쏙 들었을까?”그런데?“어? 이건 아니다!”일단 영상에서 보여주는 수업은 교실에서 하는 일상적인 수업이 아니었다. 교실에 네 명의 초등학생과 한 명의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은 후, 10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었다.네 명의 학생들..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비스킷’, 김선미, 위즈덤 하우스, 7쪽)우리 반에도 ‘비스킷’이 있었다. 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내 눈으로 그 광경을 확인한 학생, 바로 민지(가명)다.작년 수련회 때 몇몇 여학생이 방에 모여 비밀을 털어놓았고, 그때 좋아하는 남학생을 밝혔는데 남학생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어 비밀을 지키지 않은 친구들을 원망하며 일 년 내내 학급에 어울리지 못한 아이.비밀은 발설된 게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이 감춰진다고 믿는 데서 오는 오해라는 걸 몰랐던 아이. 남학생들은 민지가 그 남학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저절로 알게 되었는데, 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