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시흥혁신교육지구 사업
-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 발췌
- 활동지
- 출제 문항
- 한나 아렌트
- 중학교 2학년 국어 단편영화 제작
- 주체적 감상
- 혁신교육지구
- 인사말
- 혁신학교
- 중학생 작품
- 다이빙
- 서평
- 아닐라오
- 그림책 만들기
- 지방교육자치
- 1인 제작 영화
- 교육자치
- 토론하기
- 고등학교 자율교육과정
- 마을교육자치회
- 키르키스스탄
- 마을교육공동체
- 고등학교 1학년 국어
- 마을교육과정
- 말라파스쿠아
- 시흥혁신교육지구
- 한국형 지방교육자치
- 교육지원센터
- Today
- Total
나무
(서평)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홍서정 외, 교육공동체 벗 본문
촛불소녀도 남태령 대첩의 주인공들도 광장에만 있었지 학교에는 없었다. 단순히 ‘없었다’가 아니고, 지금까지의 학교는 그런 사람들을 키워낼 수 없었다.
책 제목이 수수께끼 같은 형식이지만, ‘그것은 민주주의’라고 학교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학교에 없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답을 찾는다. 그래서 부제로 ‘민주주의의 도전’을 달고 있다.
광장에는 있지만, 학교에는 없는 민주주의이므로, 책의 내용은 학교에 어떻게 민주주의가 없었는지 경험한 것과 그것을 찾기 위해 애쓴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그것을 학교의 삶으로 만들 것인지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해야 한다고 듀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만 경험하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려고 들었다간 바로 철퇴를 맞는다. 온통 그 철퇴의 흔적이 이 책의 내용이다.
‘1부 오늘을 살다’ 편에는 종교 사학에서 온갖 강요를 거부하다 배신자가 되고 철저히 따돌림을 당한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학교 게시판에 부착하는 게시물마저도 학교의 주인인 교장에게 제한당하며(47쪽) 학교의 주인인 것으로 착각했던 학생의 이야기도 있다. 사회 시간에 인권을 배운 학생이 학생인권조례와 학교의 학칙을 보며 아직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것이 되지 못했으며, 교사와 학생의 권력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학생은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지도받아야 하는 존재(60쪽)라고 탄식한다.
‘2부 부당한 지배를 거부한다’ 편에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실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치 중립의 의무를 진 교사들이 정치 불가의 현실 속에서 손발이 잘린 것 같은 상황을 맞아 처절하게 맞선 싸움의 기록들이다. 교사의 정치 중립 의무는 교사가 교단에서 자기의 정치 지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지 정치 불가의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교사는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도 하면 안 된다’로 해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교사들의 이야기다.
교사 정은균은 학교는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온갖 구조, 제도, 규정들이 온존해 있는 곳이며, 가장 정치적이면서 가장 비정치적일 것을 요구하는 기만의 시스템이 교무실과 교실을 지배하므로 이것들을 부수기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학교는 어느 곳,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어야 하고, 학교 정치의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90쪽)
3부에서는 ‘민주주의는 연습이 아니다’를 말한다. 그동안 학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인질 삼아 굴종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신공을 써 왔으며, 특히 ‘교육’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길들이기’를 해왔다고. 학생을 ‘학교의 주인’-이 부분은 이미 게시판 이야기에서 학교의 주인은 교장이라는 걸 처절하게 경험한 학생의 이야기가 있다-, 학생회를 ‘학생의 대표’라고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학생의 대표가 아니라 교사와 관리자의 심부름꾼이자 얼굴마담(157쪽)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과거 학생들이 만든 학교 대사전에 보면 ‘학생회 – 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학교에서 세운 어용 단체. 학생회의 지키지 못할 약속들은 다음과 같다. 1)두발 자유화를 하겠다. 2)급식을 개선하겠다. 3)학생회를 적극 운영하겠다. 4)매점을 업그레이드하겠다.(159쪽) 이를 보면 학생들 스스로도 학생 자치가 민주주의의 경험이 아니라 굴종을 체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학교로부터 굴종을 끊어내기 위해 학생 자치와 학생 언론, 권리 등을 스스로 경험하고 외치게 하라는 교사들의 강력한 주장이 담겨 있다.
연대하기 위해 하나둘 모여든 끝에 불가능했던 농민들의 트랙터를 서울로 진입하게 했던 이들, 16년 전 촛불을 든 소녀들, 이들은 누가 키운 민주주의 전사들인가? 학교는 아닌 것 같다. 부끄럽다.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 일기 53) AI 디지털 교과서가 찾아왔어요 (4) | 2025.02.12 |
---|---|
(학교 일기 52) 비스킷 같은 아이에게 손길을 (2) | 2025.02.05 |
(학교 일기 51) 마크로생물 발견하는 지혜를 교실에서도 (2) | 2025.01.27 |
(서평)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J. 번스타인 (0) | 2025.01.23 |
(학교 일기 50) 학생 국외여행에 신고서 제출하라? (0) | 2025.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