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 교과서가 찾아왔어요’
교육부 유튜브 ‘교육 TV’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수학 디지털 교과서 수업 동영상 제목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부가 자꾸 권하니 방학 때 시간을 내서 홍보 영상을 보았다. 그 전에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에서 시연한 디지털 교과서 수업 영상도 봤지만, 그 이후 시간이 흘렀고 더 나아졌다고 하며, 특히 이 영상은 이주호 장관이 좋은 수업이라고 평했다는 말까지 들었기에 약간 기대도 있었다.
“어떤 수업이길래 장관의 마음에 쏙 들었을까?”
그런데?
“어? 이건 아니다!”
일단 영상에서 보여주는 수업은 교실에서 하는 일상적인 수업이 아니었다. 교실에 네 명의 초등학생과 한 명의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은 후, 10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었다.
네 명의 학생들은 영상 앞 부분에서 인터뷰도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정도의 표현력이라면 교사가 교실에서 고민하는 학생 수준이 아닌 것 같다. 교사가 수업을 하며 고민하는 학생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것을 하거나, 방해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수업 이후에도 이들에게는 학력이나 학교생활에서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똘똘이 네 명을 데리고 하는 수업 영상을 보고 디지털 교과서가 좋다고 홍보한다? 네 명의 똘똘이와 한 명의 교사가 하는 수업에서 안 될 게 뭐가 있을지 되묻고 싶다.
과연 이 시연 영상으로 디지털 교과서의 수업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타당할까? 수업 공개를 해 본 교사들은 안다. 일단 교실에 카메라가 들어오면 학생들은 하던 짓도 못 한다. 그게 10여 분 내외이긴 해서 문제이지만, 어쨌든 카메라가 있고, 촬영을 위한 사람들도 여러 명이 수업을 지켜봤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놓고 딴짓하거나 수업을 방해하거나, 잠을 잘 수 있을까? 이런 분위기와 환경에서는 웬만한 수업은 집중력과 학생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와 환경에서 디지털 교과서로 하는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일까? 그건 모르겠다. 다만, 좋은 분위기와 환경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건 교사 개인의 성향과 역량, 수업의 주제에 따라 각각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여 수업을 한다면 교사와 학생의 빈번한 소통을 컴퓨터 화면이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말할 수 있다.
분수의 뺄셈 수업이니까 네 명의 똘똘이와 한 명의 교사가 책상을 모둠으로 붙이고 앉아 색종이 같은 것을 접거나 잘라서, 혹은 모형 피자를 준비해서 손으로 직접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하며 분수의 개념을 이해한 후 덧셈, 뺄셈을 하면 어떨까? 디지털이 더 나을까? 자연수와 분수의 계산도 디지털이 나을까? 아니면 손으로 종이를 접거나 찢으며, 혹은 피자 모형으로 하는 게 나을까?
아마도 자연수와 분수의 계산에서 디지털보다 눈으로 피자 상자 안에 담긴 6조각의 피자 한 판을 6/6으로 놓고 계산하는 게 편하다는 것을 피자 상장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고민한 학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학생들 중에 뺄셈뿐 아니라 곱셈까지 해 보겠다는 심화 학습에 대한 도전이 나올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다가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순간은 교사가 일명 ‘뽕’ 맞은 기분’을 느끼는 지점이며 학생들에겐 ‘아! 분수 너무 재미있다! 내일 또 하고 싶다.’가 되는 중요한 기회이다.
문제를 계속 컴퓨터가 주니까 푸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풀다가 재미있어서 ‘이것도 해 볼까?’, ‘어? 안 되는데...’, ‘야! 이렇게 해보자!’, ‘어? 됐다!’, ‘어떻게? 해봐!’ 하는 순간 수학은 학습이 아니라 놀이가 된다. 이런 즐거움을 디지털 교과서가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교과서로 하는 수업에서 분수를 가르칠 때 피자가 좋을까, 색종이가 좋을까, 수박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교사가 나올 수 있을까? 수업을 하며 ‘뽕’ 맞은 기분을 느끼는 교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