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교사들에겐 그저 노는 시기가 아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지식과 지혜를 충전하는 시기다. 필리핀의 말라파스쿠아섬으로 향한다. 환도상어를 아직까지는 가까이에서 언제든지 여러 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상어를 보기 위해 이곳에 갔다. 장비를 갖추고 안전 점검을 마친 후 물속으로 몸을 던진다. 가이드가 하얗고 딱딱한 산호 앞에서 손으로 물결을 일으키며 산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여러 번 시도하더니 나에게 손짓하며 가까이에 와서 쳐다보란다. 그냥 산호만 있는데, 산호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뭘 보란 거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샅샅이 찾아봐도 그냥 산호다. 이런 일이 이번 다이빙에서 두 번 정도 거듭되었다.
물에서 나온 뒤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가이드는 산호에 물결을 일으키며 뭘 보란 거죠?”
“아~ 그거? 해마예요. 하얀 산호에 물결을 일으키면 산호는 가만히 있는데, 움직이는 게 있어요. 그게 해마예요. 자세히 보면 꼬물거리고, 눈도 보여요.” “그럼, 산호에 해마가 붙어 있었던 거예요?” “네. 너무 작고, 산호랑 비슷하게 생겨서 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으윽! 그 녀석을 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눈을 가진 거지?
마크로 해양 생물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볼 때 먼지인가 할 정도인 것도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작은 생명이 꼬물거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처럼 다이빙 경력이 짧은 사람은 눈으론 봐도 모른다. 그러니까 마크로를 보고 알 정도면 상당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거나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지. 우리 교실에도 마크로들이 있다. 교실에 앉아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 그러니까 경력이 많다거나 교육 전문가라는 것은 교실에서 마크로처럼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학생들을 바로 찾고, 귀하게 여기고 마음에 두고 지속적으로 그들을 보려고 노력하는 교사인 것이구나.
아! 교실에서 나이만 먹었구나.
(피그미해마. 산호랑 흡사하게 생겨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이 어렵다. 사진 출처: 바다사랑 신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