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방학을 했다.
2교시 방학식을 마치고 학생들은 귀가하고 교사들만 남아 저마다 일을 붙들고 책상에 앉아 있다. 복사기는 멈출 틈이 없다. 연신 입으로 인쇄된 종이를 쏟아낸다. 파쇄기는 학생생활기록부 점검했던 것을 갈기갈기 찢어서 뱉어내고 있다. 나무야! 정말 미안타.
출석부, 생활기록부 다 점검이 끝나서 한 학기 마지막 교육일기를 쓰고 있다. 1시가 되면 조퇴하고 집으로 가서 막걸리나 한 잔 할까?
올해는 정말 복 받은 한해였다. 학생들은 한없이 착했고, 마음 씀씀이가 고왔다.
오늘 학생들에게 생활통지표를 주자 진지하게 보고, 서로 친한 친구들은 돌려보았다.
은찬이는 성적표를 보다 말고
“샘, 저한테는 하민처럼 그런 말 안 써주셨어요?”
“너한테는 너에게 맞는 얘기를 쓰지 않았니?”
“네, 그건 맞는 것 같아요.”
그러자 하민이는
“샘, 너무 아름답게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라며 환하게 웃는다. 하민이는 열정 래퍼로 우리 반 자치회장을 1년이나 했던 학생이다.
개인통신문은 개개인에게 주는 짧은 편지로 썼다. 한 학년 지내며 생각했던 것들을 썼더니 모두들 진지하게 읽는다.
준석이 엄마는 학생들에게 주라며 초코 과자를 챙겨주셨다. 모두 껍질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며 가방에 넣거나 먹은 사람들은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게 뭐 대단한 행동이라고 하겠지만, 요즘 학생들은 자기가 먹고 남은 것을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기 일쑤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다음에 교실을 받을 사람들을 생각해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하민이가 학급 전체 학생들에게 준비한 편지를 읽는다. 모두들 환호하며 박수를 친다. 다 읽은 후 반톡에 올리라고 했더니 그것도 올렸다.
2교시가 끝나고 이제부터 방학이니 집에 가라고 했더니, 다영이가
“마지막인데 다 같이 인사 안 해요?”해서 그냥 가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 눈물 날까 봐 인사를 받을 수가 없다. 평소엔 인사 안 하고 잘 가던 학생들이 뻘쭘하며 서 있다. 그냥 가라고 했더니 하나둘씩 나간다.
문을 잠그고 있는데, 그때까지 안 가고 미적거리던 서령이가
“샘, 한번 안아봐요.”해서 같이 끌어안았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교무실에 들어와 체험학습 떠난 세 명의 학생들에게 성적표 스캔해서 각각 보내고, 자율활동에 종업식을 쓰고 생활기록부에 반영했다.
이제 나도 진짜 방학이다. 1월 13일부터 상급학년 같은 반 생활기록부 점검하라고 했으니 그때까지 내 과목 세부사항과 우리 반 생활기록부 다시 점검하면 되겠다.
오늘은 정말 일에서 손 떼고 집에 가서 맛있는 점심 먹고 자야겠다. 1년 동안 수고했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