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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개토/김기협 옮김 본문
학교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은 비판하는 생각을 할 줄 모르고 올바르게 토론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52쪽)
2024년은 학교 교육을 잘 받은 덕에 우리 사회에서 상류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형 사고를 친 해이다. 일 년 내내 올바르게 토론할 줄 몰라서 서로 대립하며 극단적으로 치달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굽히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일 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비판할 줄 모르고 넙죽넙죽 받아들인 거짓 정보로 어느 누구도 처음 들었을 때 사실이라고 생각지 않은 일을 벌인 또 한 사람이 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어찌 저렇게 생각 없이, 무례하게, 극단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배운 사람들이!
개토의 ‘바보 만들기’는 이런 의문에 생각할 거리를 준다. 우선 학교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그래서 학교 교육을 잘 받을수록 스스로 할 줄 모르고 시키는 것만 한다는 것도.
20여 년 넘게 중학교 교사로 살다 삼 년 전에 일반계 고등학교로 옮겼을 때, 학생들이 너무 고분고분해서 놀랐다. 중학교 때만 해도 야생성이 넘치던 아이들이 일 년 사이에 이렇게 순종적으로 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저 신기했다. 그런데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유는 헌법보다 효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학칙과 생활규정에 있었다. 이 규정이 상급학교 진학에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므로 가능했다.
2005년에 초판이 나온, 오래 된 책에서 지적하는 학교 교육의 폐해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 교육 개혁을 외치고, 혁신 교육을 십 년 넘게 해도,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전혀 변화와 상관없이 똑같은 학교 현실이 답답하다. 2022개정교육과정의 정신은 이 책이 비판하는 중앙집권식 교육을 벗어나 지역교육, 개별화 교육을 담고 있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더 정교하게 중앙집권식 교육이 파고들고 있으니 거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토 선생은 중앙집권식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 지역 사회와 가정이 교육적 역할을 하라고 하지만 이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가정과 사회가 건강하고 제 역할을 다할 때 학교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지만 지금은 지역 사회가 어디에 있으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되는가?
초록색 마을 모농가헬라는 그야말로 꿈의 마을이다. 그곳은 초록의 자연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충분히 두고 서로가 인간성의 모든 측면을 마주쳐 보며 관계와 참여로 충만한 삶을 만드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지역 사회는 선생이 비판하는 조직보다 못하다. 가정 또한 선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키우는 곳이 아니다. 우리 지역 사회는 선생이 비판하는 제도교육이 목표로 삼는, 경제적 성공을 위해 준비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가정은 좋은 교육을 좋은 일자리를 얻어 돈 잘 벌고 많은 물건을 갖게 되도록 만드는 길이라 믿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곳이다.
그러니 우리 사회는 지역 사회도 가정도 아이들을 교육하기엔 다 글렀다. 누가 이런 글러먹은 사회나 가정을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시 방향을 학교로 돌려 봐야겠다. 지역 사회와 가정은 바꿀 수 없지만, 학교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개토 선생님이 학교 교육이 바보 만들기를 꾸준히 한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채울 줄 모르는 인간형, 자신의 존재에 충만감과 기쁨을 부여할 의미의 가닥을 잡아낼 줄 모르는 인간형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학교 교육으로 자립성과 독자성을 가진 인간을 만들면 되겠다. 학교 혼자는 어려우니, 지역 사회와 가정이 서로 협력하여 교육하면서 아이들도 키우고, 그러면서 사회도 변하고 가정도 변하면 되겠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하신 마이클 애플 선생님의 주장과 같아졌다. 개토 선생님은 아마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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