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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47) 시험은 끝났다

나무와 들풀 2024. 12. 21. 10:17

시험이 끝났다. 2학기 2차 지필고사에서 국어 시험이 끝날 때까지 나는 참 불편한 시간이었다.

2학기 수행 평가를 끝내고 입력하려는 순간에 어떤 반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시험 볼 때 반마다 시간을 똑같이 주지 않았다는 내용이었고, 어떤 사람은 집에서 해오게 했다는 것이었다. 반마다 시간을 똑같이 주지 않은 것은 나로선 모르는 내용이다. 집에서 해오게 했다는 건 학업 숙려제와 이후 연장된 프로그램으로 1달간 학교에 나오지 않은 학생에게 내가 틈틈이 할 수 있게 활동지 전체를 준 일인가 보다.

일단 교감샘과 함께 동학년 국어교과 샘들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 반을 가르치는 샘이 프로젝트 마지막 글쓰기 평가에서 활동지가 모자라 복사하느라 10분 늦게 들어갔는데, 몇 장이 모자라 1, 2분 교실을 비우고 가지러 가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 10분을 더 줬다는 것이었다.

협의회에서 나온 말로 봐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교감샘이 민원인에게 답변을 했는데, 다음 날 민원은 더 세게 들어왔다. 교실을 비운 1, 2분 사이에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학업숙려제 학생에 대한 내용은 학부모가 이해했으나 부정행위에 대한 건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고, 국어 교사들은 해당 반만 재시험을 보겠다고 했으나 위원들은 전체가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났다.

다음 날부터 학생들에게 이 내용을 알리고 사과하며 재시험을 알렸다. 수행 평가를 다시 봐야 하는 학생들은 민원을 원망했다. 민원을 냈던 학생은 재시험 공고를 하자 바로 담당샘을 찾아와 그 학생만 깎아달라고 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어찌어찌 수행 평가를 마치고 더 이상의 문제 제기 없이 학생들의 사인을 받아 수행평가 전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나서 바로 2차 지필고사 문제를 내는데, 시험에서 한 번 데인 후라 문항 출제와 교차 점검 후 제출, 또 제출 후에 얼마나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시험 문항지 파일명을 1123, 1123오후, 1124, 1124저녁 등으로 입력했을까!

국어 시험 보는 당일 시간까지 가슴이 떨리고, 혹시 문제가 있을까 안절부절못하며 기말고사를 마쳤다. 지금은 평온한 D+1일을 맞고 있다. 학생들은 방학 전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개별체험학습을 간다고 신청서를 내고, 방학 중에 해외여행을 간다고 국외여행신고서를 내고 있다. 시험 전에 학생들을 달래려고

“기말이 끝나면, 방학이 온다.”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방학이 끝나면, 2학년이 온다.”라며 응수했다.

그렇지만 기말고사가 끝난 그 기분이 어디 가겠는가? 여기저기 몰려다니고 떠들며 날아다니는 듯하다. 이제 크리스마스도 있고, 학교 축제도 있고.... 맘껏 날아다녀라. 이때 아니면 언제 그러겠니?

나는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때문에 시험 기간 전부터 시험 기간, 현재까지 머리에 총 맞은 것처럼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이제 방학이 올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헤어진 모습으로 지내며 가끔은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겠지만, 정을 떼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