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방학에 해외여행 가려면 서류 제출해야 돼요?”
“학교 가서 해외 여행신고서 작성하면 돼. 2층 본교무실이야.”
방학 전에 혹시 방학 중 해외여행 계획 있으면 미리 해외여행 신고서 작성하라고 했는데, 아무도 없더니 어제 톡으로 해외여행 신고서 작성을 물어본다.
우리 학교 해외여행 신고서는 도무지 왜 존재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서류다.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학생의 본분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의 명예를 훼손시킬 행동을 하지 않겠다."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이런 서류를 왜 받는지 궁금했다.
‘학생의 본분, 국가의 명예’ .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또한 학교가 학생의 양심의 자유를 강제하고, 마지막에 부모의 사인까지 들어가니 학생의 양심의 자유를 강제하는데 부모까지 거들라는 서류인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국가라고 해도 개인의 양심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학교가 부모까지 동원해서?
내가 부모라면 이런 신고서에 사인하느니 알리지 않고 갈 것 같다. 그렇게 해도 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학생이 방학 중 해외여행 갔다 온 것을 학교가 알 수 없지 않은가? 설령 사고가 났다 해도 학교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 부모가 다 지는 건데.
적어도 공적인 서류라면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어쩌고 저쩌고 하겠다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이를 테면 “해외에 나가 어떤 위험에 빠졌을 때, 학교는 무사한 귀환을 위해 교육청과 협력하여 적극 나서야 하므로, 나의 개인정보 제공을 허락한다.“
이런 거라야 하지 않나? 어쨌거나 학기 중에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을 방학 중이라 틈이 나서 다른 학교 해외여행 신고서를 찾아봤다. 그랬더니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공적 서류로 자격 있는 학교도 있었다.
그랬다. 우리 학교가 이상했다. 그렇구나. 내 잘못이다. 우리 학교가 이상하다 느꼈을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다른 학교 것도 찾아보고 우리 학교도 목적에 걸맞게 문구를 고치자고 했으면 어땠을까? 궁시렁만 대지 말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