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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52) 비스킷 같은 아이에게 손길을 본문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비스킷’, 김선미, 위즈덤 하우스, 7쪽)
우리 반에도 ‘비스킷’이 있었다. 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내 눈으로 그 광경을 확인한 학생, 바로 민지(가명)다.
작년 수련회 때 몇몇 여학생이 방에 모여 비밀을 털어놓았고, 그때 좋아하는 남학생을 밝혔는데 남학생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어 비밀을 지키지 않은 친구들을 원망하며 일 년 내내 학급에 어울리지 못한 아이.
비밀은 발설된 게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이 감춰진다고 믿는 데서 오는 오해라는 걸 몰랐던 아이. 남학생들은 민지가 그 남학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저절로 알게 되었는데, 민지는 친구들이 그날 밤 털어놓은 비밀을 탄로했다고 싸움을 걸고 결과적으로 혼자만 같이 놀던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1년 마음 앓이를 했다.
놀던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 다른 그룹 친구들과 어울리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어른들의 생각이고 청소년들은 그걸 너무 어려워한다.
1학기는 전학 간다고 내내 나와 부모님을 졸랐고, 2학기엔 자퇴한다고 숙려제와 대외기관 위탁 프로그램을 전전하다 고등학교는 졸업하는 것으로 마음을 잡고 그 이후엔 잘 적응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여기고 싶었다. 그 바람을 알았는지 민지는 자퇴하겠다는 마음을 접은 후엔 학급에 필요한 화장지 같은 것을 내게 와서 받아 걸고, 가끔 학급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룹 친구들과 대와 나누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저럴 수 있지?” 했지만, “아이고, 저렇게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로 내 마음은 흘러갔다.
그러다 학년말 자율교육과정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모둠으로 앉아 있는데, 민지만 남학생 다섯 명 사이에 끼어 앉아 있는 것을 봤다. 누가 봐도 민지는 ‘비스킷’이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아이. “그럼 그렇지.” 했지만,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민지를 여학생들만 모여 있는 모둠에 데리고 가서 앉히고 함께 활동하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 민지는 어디에 앉아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존재이거나 보이지만 사물처럼 보이는 존재였다. 활동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내 마음은 칼끝에 선 것 같았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민지는 1학기 때처럼 홀로 조기방학과도 같은 체험학습을 내고 긴긴 방학에 들어갔다.
방학에도 민지를 생각하면 문득문득 가슴이 아려온다. 누구도 비스킷이 될 수 있지만, 그 비스킷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비스킷은 서서히 건강하게 되돌아올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민지의 손을 잡아줄 단 한 사람. 2학년엔 그 한 사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소설 '비스킷' 표지ⓒ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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