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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54) 다시 중학교로

나무와 들풀 2025. 2. 22. 12:32

인사 발령이 났다. 내가 사랑하는 중학교로 돌아가게 되어 마음이 설렌다. 기대감으로 가슴 한 켠이 벅차오른다. 3년 전에 원하지 않았던 일반계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서(이 과정은 정말 교육청 인사 담당자에게 왜 그래야만 했냐고, 어떤 이유가 있었냐고 인간적으로 묻고 싶다.) 한 달 정도 분을 삭이지 못했지만, 하늘이 내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만들고 시도하라고 준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동안 1학기에는 ‘AI와 협력하여 마을의 설화를 그림책으로 만들다’와, 2학기에는 ‘동네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학년 자율교육과정으로 정착시켰고, 이때 진행한 활동은 생기부 개인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것들은 학기말과 학년말에 마을교사와 함께 협력하여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학생들이 만족하는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창의체험활동도 진로활동에서 진로 독서 프로그램을 마을 교사와 협력해서 3년 진행했고, 학생들이 만족하는 독서 활동을 했다. 생활기록부에도 기록할 의미 있는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결과물로 돌아왔다.

작년에는 지역의 환경센터와 1학년이 협력해서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고등학생에 맞게 개발하고 1학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했는데, 결과가 성공적이어서 올해부터 시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신청하라는 공문이 나갔다.

교직 생활 34년 동안 일반계고는 처음이라 두려웠고 특히 발령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 불쾌했지만, 3년 있으며 1학년 담임 교사를 한 덕에 고등학교 교육과정 만들기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 1학년 담임 교사들과 학년 부장님이 늘 지지해준 덕분이었다. 이제 학교에 잘 정착되었으니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남은 4년은 중학교로 돌아가 마을 사람들과 일을 도모하며 학교 교육과정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힘써 볼 작정이다.

오늘 새로운 학교 교장님과 부장교사들을 만났다. 이번 학교에서는 담임이 아닌 부장을 할 예정이고, 마을교육공동체 일을 맡을 것이다.

내가 전생에 어떤 훌륭한 일을 했기에 정년 퇴임을 4년 앞두고 이리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책임을 지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이라니 정말 나라는 사람은 복도 많은 사람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