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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55) 마을교육...격세지감?

나무와 들풀 2025. 3. 1. 14:02

“우리 학생자치회가 제안한 사업인데, 우산 빌려주기 사업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뿐 아니라 동네 전체 학교가 해도 좋겠네요. 우산에는 우리 마을 이름을 새겨 놓으면 어디 있어도 동네 것인 줄 아니까 돌려주기도 잘될 것 같아요.”

“전체 교사가 챗 GPT를 사용할 수 있게, 그것도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 한두 달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예산이 2천만원이 넘네요. 선생님들이 수업하면서 수업 기획에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현수막을 여기저기 걸지 말고 우리 학교 벽 전체를 전광판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면 환경이라는 주제에 맞을 것 같아요.”

아직은 발령 난 학교 교사는 아니지만 올해 해야 할 교육 특구 사업 협의를 위해 발령 난 학교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마을 학교 교장 선생님과 함께 방문했을 때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 특구 예산을 그렇게 사용하고 싶다고 제안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그 자리엔 교감 선생님과 담당 부장, 담당자가 이 사업을 협의하려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10여 년 전 마을 축제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러 그 학교에 갔을 때,

“왜 남의 학교 교사가 마음대로 우리 학교 교장실에 와서 마을 축제를 하자고 하냐?” 하시던 교장 선생님을 생각하면 너무나 큰 변화라 감격할 뻔했다.

마을과 학교가 교육을 함께 하고, 우리의 삶도 좋게 바꾸어 보자고 시도하는 일들이 이젠 특별한 설명이나 설득 없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논의하는 마을로 변했으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변화인가 해서였다. 우리는 그날 다음 회의 날짜를 잡고, 그 자리에 모이지 못한 학교들의 마을 담당 업무를 맡은 교사들을 만나 학교 교육 과정에 특구 사업의 주제인 환경을 담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맞추고 돌아왔다.

그런데 우산 빌려주기 사업 같은 것을 꼭 교육 특구 예산으로 해야 하나? 고등학교는 예산도 많은데, 왜 굳이 백만 원도 되지 않을 우산 빌려주기 사업을 특구 예산으로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챗 GPT 사용권을 교사에게 주는 건 환경 생태라는 주제에 맞는가?

작은 예산, 큰 예산 가릴 것 없이 동네 사업 예산에 기대려고 하는 것은 교장 선생님 욕심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