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근무 달지 마세요. 나는 연구 부장할 때 원안지 검토할 때도 초과근무 안 했습니다.”
처음 발령받아 온 교장샘이 전체 교사 앞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고 하신 말씀이다. 생활지도, 평가지 제작 이런 것들은 교사의 업무이니 업무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며 초과 근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덧붙여서 우리 학교 부장들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과로사 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니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지 말고 퇴근하라고 했다.
드디어 중학교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고등학교에 있었을 땐 초과근무 달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초근 달지 말라면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하지 않아도 돼서 엄청나게 좋았을 것 같다. 야자는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2주에 한 번 따박따박 찾아왔다. 고등학교에 있었을 땐 고3 담임 외에도 초근 하는 교사들이 아주 많았다. 그 교사들은 초근할 때 특근 매식도 했다. 나도 야자 있는 날은 초근 달고 특근 매식을 했다. 그렇게 많은 교사들이 학교에 남아서 밥도 학교 예산으로 먹고, 초과근무도 했다. 초근 달지 말라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중학교 교장들은 초근 다는 걸 가지고 민감하게 구는 걸까?
직원 회의 장소를 나오며 모 부장이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제가 이틀 초근 달았거든요. 어제는 초근 달았지만 학교에서 하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갔는데.....”
“일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면 이렇게 남아서 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왜 저렇게 말씀하시는지, 너무 상처받아요.”
“앞으로 시험지 검토는 일과 시간 안에 대충해야 할까요? 저렇게 말씀하셔서 담당 부서는 정말 난감할 것 같아요.”
그러게 말이다. 처음 전체 교직원 앞에서 마이크 잡고 한 말씀치고는 너무 친교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