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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58) “샘은 어떻게 그런 일을 다 하세요?”

나무와 들풀 2025. 4. 10. 18:46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하세요?”
“그런 일이라뇨?”
“학교 매점이요. 전 매점이 진짜 매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아닌 것 같아요.”
“네, 그거 학교 협동조합이에요. 이익금이 생기면 학교 학생들에게 모두 사용해요. 그거 너무 힘들게 만들었고, 어려운 시기에도 잘 지켜왔으니, 계속 잘 이어 나가야죠.”

올해 새로 온 실무사님과 나눈 대화다.

3월 초, 학교 협동조합인 학교 가게를 교장님이 없애겠다고 해서 모두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교장님은 ‘왜 외부 업자가 우리 학교에 들어오냐?, 애들 급식 안 먹고 빵 먹는 거 교육적이지 않다, 쓰레기 여기저기 버릴 거다, 다른 업자들이 학교에 민원도 넣을 거다. 공개 입찰하지 않고 그 업자만 매점 운영하게 특혜 준다’고.

그 말을 들으며 매점 매니저님과 조합 임원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학교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어온 너무나 고마운 그분들이 졸지에 이익에 눈이 어두워 애들 대상으로 밥 안 먹이고 빵 팔고, 학교에는 몇 푼 안 되는 임대료 내면서 엄청난 이윤을 가져가는 파렴치범으로 몰려 버린 것이다. 듣는 내가 다 민망하고 미안했다.

아! 이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교장님은 매점을 당장 없애려고 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월에 매점 장소를 계약하고 임대료를 냈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매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1년 시간을 벌었으니 그동안 교장님에게 학교 협동조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점 개시한 날부터, 매점에서 줄 선 학생들이 너무 시끄럽다고 교감님을 통해 이틀에 한 번꼴로 다른 곳으로 줄 서게 하라는 지시가 날아든다.

그래요. 참 측은하시네. 새로 온 실무사님도 이해하는 매점을 아직도 이해 못 하고, 이젠 애들 소리까지 시끄럽고 싫으니 어쩌면 좋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애들 버글버글한 학교에서 버티신 게 참으로 용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