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묻고 싶거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땐, 오라 가라 하지 마시고 필요하신 분이 직접 오십시오.”
월요일 이 말을 끝으로 교장님과 대화가 끝났다.
“좀 친절한 설명을 원하시니까 우리가 교장 선생님께 그렇게 해드리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친절하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을 시행했고, 교감님 결재 났고, 지난 주 기획위원회에서 이야기했는데 무엇을 더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이해되지 않고 궁금하시면 저한테 물어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교장실에서 대화 이후 교무실에서 이 정도의 말로 교감님과도 대화를 끝냈다.
교육청에서 학부모교육을 지원할 테니 공모 신청하라는 공문이 왔다. 그래서 신청했는데 교장 결재에서 5일을 지체하기에 여쭤봤더니 사전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실행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재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학부모교육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회수한 뒤 삭제했다.
학부모교육 지원을 하겠으니 공모하라는 공문을 봤을 때, 아버지 모임을 활성화하고 싶다고 모 부장이 2월 연수에서 말한 게 기억이 나서 아버지 학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모 신청을 했다. 그런데 교장님은 우리 학교 학부모 활동이 너무 많고, 예산도 충분하며, 더 필요하면 추경하면 된다면서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공문이라도 막 내 마음대로 신청하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주 기획 회의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냐 했더니, 그때도 마음에 안 들었다고 했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교장을 무시하는 태도가 느껴졌다고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선은 함께 합의해서 긋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선을 그어놓고 선 넘었다고 하면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공적인 업무처리를 사적인 감정으로 하는 교장의 업무 수행이 이상한 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말하면 관계 회복이 영영 불가능할 거란 판단이 들어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나왔다.
20년 전 교장하고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지난 학교에도 있었고, 지금 우리 학교에도 있다. 학교야, 넌 참 어쩌면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