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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서평)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하트마 간디 / 김태언 역, 녹색평론사, 2006 본문
지난 번 간디의 평전을 서평으로 써놓고 보니, 내가 간디를 처음 접했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도 함께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들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경기도교육청에선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정책을 만들어 연일 그것을 구축하라고 하는데, 도무지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도교육청의 문서에서 설명하는 개념은 너무 협소하게 느껴져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어서 별 수 없이 마을 사람들과 교사들이 책을 함께 읽으며 우리 나름의 개념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해도 중간에 누군가가 헛발질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서로가 한 일이 못마땅하지 않을 테니까. 그때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웬델 베리의 『온 삶을 먹다』와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가 가장 그 개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간디의 책이 주는 놀라움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일들의 시발점이라는 점과 소로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때는 세계적인 지성들은 따로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은 선지적인 감각이 있을 것이라고 넘겼었는데, 나중에 『제자 간디, 스승으로 죽다』를 읽고 의문이 풀렸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어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서문 바로 다음에 오는 간디 선생님이 독자에게 주는 글이었다.
“내 글을 부지런히 읽는 독자와 내 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일관성 있게 보이는 데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생각들을 버렸고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 (중략) 누구라도 나의 글에서 불일치를 발견했을 때, 내가 아직 제정신이라고 믿는다면, 같은 주제의 두 글 중에서 나중 것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24쪽)
나는 지금까지 이만큼 솔직해서 멋진 문장을 별로 본 적이 없고, 내가 늘 말하고 싶었으나 문장으로 지어내지 못한 부분을 바로 눈앞에 보여줘서 정말 기뻤다. 그래서 그 이후 이 말을 잘 인용한다.
간디지(위대한 간디라는 의미)는 인도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시행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중앙에 앉아있는 스무 명 등의 사람들에 의해 작동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마을의 주민들에 의해 아래로부터 작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스와라지(자치)에서 마을은 가장 완전한 권력을 부여받은 탈 중심화 된 작은 정치 단위이므로 모든 개인은 정부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간디 선생님의 생각이었다.
한 나라에서 좋은 일이 조건이 다른 나라에서도 반드시 좋은 곳은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산업주의는 경쟁과 판매의 문제가 등장함에 따라 반드시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마을 사람들의 착취에로 나아가게 된다(37쪽)고 보았다.
그는 도시의 성장을 사악한 일로 보았다. 인류와 세계에 불행한 일로 도시는 마을들을 착취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 밀양 할매들의 투쟁도 그 선상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마을 스와라지를 세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력하였다.
그가 생각하는 마을 스와라지는 기본적 필요에 관해서는 이웃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의존이 불가피한 다른 여러 가지에 관해서는 상호의존적인 완전한 공화국이다. 경제적 자립과 문화 시설이 있고 불복종과 비협력의 수단을 동반한 비폭력이, 마을공동체의 제재 규약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이상적인 마을에 대한 구상을 이 책의 나머지 상당 부분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는데, 지력의 올바른 교육은 오직 손, 발, 귀, 코 등 신체 기관의 적절한 운동과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아이의 신체 기관을 잘 사용하게 하는 것이 그의 지력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이라 했는데, 신체와 두뇌의 발달에 상응하여 영혼이 깨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106쪽)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자와 교사들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창성과 열정을 가진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를 날마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곰팡내 나는 책에서 이런 지식을 얻을 수 없다.(121쪽)”는 문장에서는 간디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한다.
간디 선생님은 “이 모든 계획은 그러나, 경제적 평등이라는 굳건한 토대 위에 세워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다. 경제적 평등이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양의 부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그 속에서 살 수 있는 적당한 집과 균형 잡힌 음식과 몸을 가릴 충분한 카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오늘날 통하고 있는 잔인한 불평등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263쪽)”라는 말로써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하였다.
끝부분에 마을일꾼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아직도 나는 마을의 일꾼으로 발을 푹 담그지 못하고 어영부영 하면서 재는 같아 간디 선생님에게 너무 부끄럽다.
2024.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