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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12. 못 해 먹겠다, 거지 같은 나이스 때문에

나무와 들풀 2024. 2. 8. 12:20

새벽 한 시에 잠이 깨서 세 시 반까지 진로 항목에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넣을지 고민하다 다시 자고, 학교에 와서 진로 활동 입력을 하고 있다.

각 부서에서 진행했던 활동의 내용을 공통 문구로 보내오는데, 수업 시간이 아닌 방과후에 내부결재를 해서 이루어진 활동은 담당 부서에서 참여한 학생의 명단과 함께 공통 문구를 보내준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낸 감상문을 토대로 내용을 담임이 채우라고 하기에 어떤 학생은 너무 많아 착즙기로 짜듯이 글자 수와 내용을 줄여도 차고 넘쳐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담임이 고민하며 작성해야 한다.

활동이 별로 없는 학생들은 온갖 활동들 공통 문구 활용하며 작성하지만 그들이 낸 감상문은 빈약하기 짝이 없으니 껍데기처럼 활동만 나열이 된다. 어쨌거나 학생들이 낸 감상문을 바탕으로 결국은 담임의 작문이 필요하니 머리가 깨지고, 집중력이 자칫 흐트러지면 문장이 앞뒤 서술이 맞지 않게 된다.

교과 담임은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입력하고, 담임 교사는 개인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발달 상황 및 종합의견, 자율활동, 진로활동 모두 입력해서 지난 금요일까지 모두 출력해서 N-1 담임끼리 점검하고 흔적 남긴 걸 그제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교과 담임도 교과별로 과세특 확인하고 점검 흔적 남겨 같이 내라고 했다.

담임들은 2학기 2차 지필 성적 확인하고 개인별로 사인받고, 2학기말 성적 확인하고 개인별로 사인받아서 지난 금요일까지 내라 하는데 학생들은 네다섯 명이 넘는 아이들이 체험학습에 질병 결석에 생리통으로 결석이다.

학생자치부에선 어제 학교 축제한다고 담임들한테 학생들 필요 물품 ‘개(!)듀파인’으로 품의하라 해서, 애들한테 필요 물품 받아서 품의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물건 사고 학급 꾸미고 어제 축제까지 했다. 축제 날은 담임들한테 학급에 안전사고 일어나지 않게 임장 지도하라고 하는 메신저가 줄줄이 날아온다.

성적표 전체 가정통신문과 개인별 가정통신문도 1월 2일까지 출력해서 내라고 하고, 봉사는 없어졌으니 행발에 넣어라. 복붙하지 말아라 하면서 ‘담임 샘 어쩌고 저쩌고....’ 하는 메신저는 한 시간 수업 들어갔다 나오면 열 개도 넘는 전달 사항이 저마다 다른 부서에서 날아와 있다.

개 같은 나이스는 똑같은 작업을 얼마나 반복시키는지 모르겠다. 4세대 나이스로 바뀌고 화면이 작아져서 작업을 하는 데 어찌나 불편한지. 1500바이트를 적는 일반적인 항목들과 2100바이트를 적는 진로 항목은 한 화면에 겨우 두세 명이 들어오는 데 그걸 들여다보고 작업을 하자면 자꾸 엉뚱한 곳에 입력을 해서 지우고 다시 입력을 반복하며 속에서 천불이 난다. 거기다 입력이 끝날 것 같은 순간 갑자기 ‘DB 세션이 만료되었다’면서 꺼져버리면 입력했던 모든 내용이 다 날아가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순간을 몇 번씩 경험한다. 그래서 한 사람 입력하고 저장하는 것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하도 초콜릿을 먹어 이 기간이 지나면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교사도 있다. 이제 출결 서류 받아서 1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오! 참 많이도 결석하셨다.

교육청은 생기부 입력 후 항목별로 교차 검토하지 말고 전체로 하라고 공문으로 알리고 끝낸다. 학교는 담임들끼리, 오늘은 담임이 니네 반 보고, 내일은 N-1반 담임들이 보고, 다음은 N_2반 담임이 보라는 전달을 생기부 입력 작업 속도를 확인하지도 않고 담당자가 메신저 폭탄을 보낸다. ‘아니! 무슨 담임이 다 하냐’고 하니, 겨우 부담임 한 번 넣으면서 ‘담임 수당 받지 않냐’한다. 우하하~ 그렇지 소중한 담임 수당이 있지.

 

(2023.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