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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10. “야영? No!, 파티?, No!"

나무와 들풀 2024. 2. 6. 21:50

“샘~~~~ 야영 가요!”
“왜?”
“우리 데리고 야영 가요.”
“내가 왜?”
“아, 그냥요.”
“말이 되는 얘기를 해라.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수업하자.”

여름 방학 전에도 야영 가자고 조르더니 3주 전부터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10반 아이들이 야영을 가자고 또 조르기 시작한다. 아니! 담임 교사도 있는데, 나는 다른 반 담임인데, 어쩌자고 나한테 야영을 가자는 것일까? 아무래도 수업 시작을 늦추어 조금이라도 놀아보자는 수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조르는 것이 매 시간 지속되니 야영에 대한 내 생각을 밝혔다.
“난 야영을 한여름과 한겨울엔 하지 않아. 그땐 어디 가더라도 펜션 같은 데를 가. 너무 덥고 추울 때 야영을 하려면 장비도 특수한 게 있어야 하고, 그걸 가지고 가더라도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고, 어쨌거나 가서도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안 가. 끼워주는 건 너무 고마운데, 가고 싶으면 너희들끼리 가. 그리고 지금 시험 공부 할 기간인데 야영을 어떻게 가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니네 부모님이 아시면 나를 어찌 생각하겠니? 아니 보내주시기나 하겠니?”

“갔다 와서 공부하면 되죠. 보내주실 거예요. 부모님들은 샘을 감사하게 생각하실 거예요.”
“오~ 노우~ 난 니네 담임 샘한테 야단맞기 싫다. 애들 시험공부 해야 하는데, 야영 데리고 가면서 공부 분위기 해치는 거 용서되냐고! 나도 이해 안 된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지들끼리
“그럼 시험 끝나고 가요.”
“야야~ 시험 끝나면 한겨울이야. 샘은 한겨울에 야영 안 가신다잖아. 이것들아!”
“그럼 방학하는 날 바로 가자!”
“야이 바보야! 방학하는 날은 완전 한겨울이잖아.”
“아냐 아냐. 방학하는 날은 그냥 겨울이야.”
하면서 야단법석이다.

그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럼, 방학식 하는 날 가자. 텐트 각자 준비하고, 장비 챙기고, 난 모닥불 귀찮아서 안 피울 거니까, 피우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모닥불 끄고, 화로대 재 버리고 씻을 거면 피우고.”
이렇게 정리하고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방학 전에 이거저거 하자 조르지만, 막상 방학이 되면 너무 좋아서 야영이고 뭐고 다 잊고 방학식 마치면 바로 휙 날아서 가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니 이런 약속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방학식 전 분위기 파악하면 다 안다. 갈 애들은 준비하게 되어 있고, 그때 가서 결재 내고 어쩌고 하면 되지만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야영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는가 하는데 2주 전,
“샘, 우리 파티해요!”
“아 또 왜~~~”
“파티 하고 싶어요.”
“진짜 시험 공부해야 해. 무슨 파티야. 시험 끝나고 하자고!”
“시험 공부는 공부 잘하는 것들이나 하라고 해요. 우린 아무 상관 없으니 그냥 파티해요.”

허허허~ 그렇지 시험 공부는 필요한 사람들이 하면 되지. 에고, 아무 상관 없는 너희들하고 파티조차 못 하는 내 마음이 무척 쓰리다. 한 번만 봐주라. 내가 니들하고 파티하면 니네 담임 샘 얼굴을 어케 보고 우리 반 애들은 뭐라고 생각하냐고 어헝헝~~~~~

(2023.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