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청소년 재단 이사장 만나러 갈 거야.”
“샘, 항의하시지 마세요.”
“왜?”
“잘못한 건 우리잖아요.”
“우리가 잘못한 건 없어. 왜냐하면 조건에 맞지 않으면 예선 탈락시키면 돼. 그런데 본선 진출시킨 다음에 계획서에 있던 상을 주지 않고 하루 종일 있게 한 건 잘못이야. 그걸 말하려고 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청소년 재단은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걸 말하려고 가는 거야. 이래도 가면 안 돼?”
“아, 그러시면 가셔야겠네요. 잘 다녀오세요.”
지난 주 금요일 청소년영화제 본선에서 들었던 의문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주최 측인 청소년 재단에 전화해서 이사장과 통화했다. 그랬더니 ‘본인은 주최는 했지만 총괄한 책임자가 잘 알 것’이라 했다. 이사장과 전화를 끊고 조금 있으니 주관한 총괄 책임자에게 전화가 왔다.
책임자에게 ‘본선에 진출한 작품이 왜 시상에서 제외되었는지, 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되었다면 예선에서 탈락시켜야 되는 게 아닌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탈락시킨 것은 조건에 맞지 않아 그랬고, 본선에 오게 한 건 학생들에게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듣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라는 답변을 들었다.
아놔!!!! 미친 거 아냐??? 예선 탈락이면 본선에 가지 않았다고!!! 바쁜 고딩이들이 수상을 하니까 간 거라고!!!! 예선 탈락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화는 났지만, 전혀 흥분하지 않은 목소리로 ‘일단 본선에 진출했으니 상을 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며, 추후 논의해도 시상 가능성은 희박하니 내년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리고 ‘이런 항의가 많아지면 영화제가 없어질 수 있어 학생들한테 기회가 없어지는 거와 같다’는 말까지 내비쳤다.
오!!!! 나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이런 대화의 끝을 보았나!
일단 평정심을 전혀 잃지 않은 목소리를 가장하여 ‘알았으니 본선에서 시상을 못 받고 하루 종일 그 장소에 있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상처 준 일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사과가 필요하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 재단 이사장과 통화해서 청소년영화제 본선에 대해 주최 측인 이사장과 면담이 필요함을 말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영화제 총괄 책임자는 나와 통화하며 학생들에게 사과가 필요하다고 한 부분에선 바로 그날 담당자를 시켜 전화를 통해 사과하게 했다. 우리 학생들은 담당자와 통화하며 그날 속상해서 울었던 것은 잊었던 듯하다. 아니 그 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린 건 오직 나였다. 그러니 내가 ‘재단 이사장과 면담하러 간다’ 했을 때, ‘항의하면 안 된다’고 행여나 내가 화를 낼까 그런 말을 한 것 아니겠는가.
면담을 하러 가며 공문으로 온 영화제 계획서와 주관한 측에서 내게 보낸 문자들을 캡쳐해서 출력물로 만들어 들고 갔다.
‘계획서에는 본선 진출팀이 11팀이고, 상은 팀별 11개이며 개인상이 2개가 있었다. 문자로 본선 진출했음을 알려서 우린 상을 당연히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본선 영화 상영 순서를 문자로 보내왔는데, 거기에 적힌 영화 편수는 14편이었다. 본선 11편이라고 했던 계획서와 달라 의아했지만 개인상 2개를 골고루 분산해서 14개팀 모두에게 상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3편이 떨어졌으며, 우리 학교 영화제작부에서 출품한 두 작품이 모두 탈락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 작품 중 한 작품은 본선 하는 날 학생들이 참석하지 않았으므로 영화제 규정에 따라 당연히 탈락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나머지 한 작품을 떨어뜨린 것은 주최 측의 잘못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진행상 실수를 인정하고 상을 달라’고 했다.
계획서와 문자를 캡쳐한 출력물을 본 재단 이사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이번 주 내로 상을 마련한다는 대답을 듣고 집으로 왔다.
다음 날,
“니네 상 준대.”
“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아니~~~~ 계획서에 본선 11팀이라고 했지! 상 11개 명시된 거 봤지! 근데 걔네가 14팀 계획서와 다르게 본선 진출시킨 거 맞지! 우리 계획서 믿고 본선에 상 타러 간 거 맞지! 안 가면 시상 제외라고 돼 있는 거 맞지! 5분 이내를 8분으로 만들어 제출했으면 예선 탈락시키던지, 본선 진출시켰으면 상 줘야 하는 거 맞지! 그러면 누구 잘못이야?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하는 거 맞지!”
‘네네’하다 마지막 말에 “네! 맞아요!”라고 대답한 우리 학생들은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어제 재단 이사장이 선물로 준 텀블러와 무릎담요를 좋아하며 받아 간다.
아~~~ 이 시끼들아 니네가 글케 착하니까 내가 가만 있지 못하고 이러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