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오늘 결석이 10명이예요.” 학급 조회에서 돌아오는 이 선생이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오늘 평소보다 결석이 유독 많다고 한다.
“무슨 일이지? 금요일이라서?” “증거는 없지만, 아무래도 영어 수행평가 때문이라는 심증이 드네요.” 영어 교사인 전 샘이 겸연쩍게 웃으며 말을 한다.
“왜요? 수행이 있으면 더 와야지 결석을 해요?” “결석으로 수행을 못 보면 다음 출석했을 때 보니까 수행 준비가 덜 된 애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짐작을 하는 거죠. 그저 추측일 뿐이예요.”
“세상에나~”
영어 수행 평가는 교과서 본문에서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를 선택해서 탐구한 후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다. 보고서의 작문 분량이 스무 문장 정도였는데, 1학기 수행에서는 열 문장 정도를 제시했었고 그때 대부분 잘 썼기에 2학기엔 늘렸다고 했다.
이날 오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스마트 폰을 든 학생들이 3반 김 샘을 만나기 위해 1학년 교무실과 밖 복도엔 스마트 폰으로 통화를 하며 줄 선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샘, 저 정말 아파요. 병원에 갈 거예요.” “엄마가 아프면 조퇴하라고 했어요.” 점심시간 끝 무렵 영혼이 탈탈 털린 김 샘 너털웃음을 지으며,
“우리 반 오늘 조퇴 13명이예요. 이런 분위기에서 오후 수업이 제대로 될까요?” 바로 그때 김 샘 반 학생 하나가 교무실로 황급히 들이닥쳐 그 반 국어 교사에게, “샘, 오늘 5교시에 독서 한다 하셨는데 진도 나가요. 조퇴한 것들 깜짝 놀라게” 수능 앞두고 방송 점검을 위해 5교시 내내 온 교실에 영어 방송이 흘러나올 예정이라 독서 활동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집단 조퇴한 친구들이 괘씸한지 수업을 하자고 소리친다.
에구구~ 이날 우리 반도 6교시 영어 수행을 앞두고 결석과 조퇴 합쳐 여덟 명을 기록했고, 이번 주 화요일엔 그때 못 본 학생들이 방과 후에 남아 영어수행을 봤다. 그날 결석을 했던 도윤이는 청소 시간에 ‘영어수행 안 가고 기본 점수 받을 거’라기에 ‘왜 그러냐’고 ‘가서 몇 자 적기만 해도 기본 점수보다 더 받을 거 아니냐’ 했더니,
“‘아이 엠 해피예요.’밖에 쓸 말이 없어요.”한다. “오! ‘아이 엠 해피’ 좋다. 그럼 ‘아이 고우 투 더 해피 하이 스쿨, 엔드 소우 해피, 해피’. 하면 되잖아. 어여 가서 수행 봐요.” “지우야, 니 수행 보러 갈 때 도윤이 꼭 델꼬 가요.” “네~~”
이러면서 즐거운 청소 시간이 끝났다. 얼마 후 아래층에서 올라오는데 영어 수행을 본 우리 반 학생들이 우르르 내려온다. 거기에 도윤이도 섞여 재잘거리고 있다.
“영어 수행 잘 봤어요?” “네~” 해피한 도윤이와 그 친구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 밖을 나간다.
(우리 반 학생이 수행평가에 대한 그림을 칠판에 낙서한 것. 너무 표현이 적절해서 사진으로 찍고 사용하겠다고 허락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