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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4. "샘, 저 우리 반 계속 할래요."

나무와 들풀 2023. 12. 4. 18:43

수련회에서 즐거운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저 우리 반 계속 할 수 있어요?”

그럼. 할 수 있지.”

그렇게 하면 선택 과목 바꿔야 하는데, 지금 바꿀 수 있어요?”

할 수 있지.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별로 없어. 다만 늦게 하거나 빨리 하려면 쉽게 할 수 있는 걸 어렵게 하겠지?”

, 그럼 저 우리 반 계속 할래요.”

그러자. 오늘은 신경 쓰지 말고, 학교 가서 같이 해결해 보자.”

~~”

대답하는 목소리가 날아간다. 은미가 수련회 마지막 날 밤 11시 조금 넘어 내게 들뜬 목소리로 전화해서 나눈 대화다.

지난 5월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다섯 명이 관심군이고, 그 중 세 명이 자살 충동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 학생들만 따로 상담을 하면 다른 학생들이 이상하게 여길 수 있으니까 진로 상담을 하며 그 학생들은 진로 상담에 덧붙여 그런 내용을 가지고 상담을 진행했다. 결과를 받은 후부터는 관찰을 좀 더 세심하게 하고 교우 관계도 집중해서 보는데, 수련회와 같이 단체로 떠나 숙박까지 하는 행사가 있으면 신청부터 끝나고 돌아올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수련회 신청할 때 은아와 지윤이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둘은 관심군에 속한 학생이 아니다. 은아는 학교에서 했던 검사에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우울증이 있어 병원 상담을 받았고, 원인이 가족한테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학교에 와서 반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다행히 지윤이와 친해져 지속적으로 같이 다니고 수련회도 함께 안 간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번 수련회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관심군 다섯 명이 다 수련회를 신청했고, 방을 정할 때도 , 00이 어디서 자요?”하는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저희들끼리 잘 해결이 되었다는 의미다. 수련회 가서도 밥을 먹을 때 혼자 먹지 않고 친구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먹었다. 수련회 장소를 이동할 때 자살 충동이 높아 가끔 자해를 하는 예진이는 지은이와 함께 나란히 차를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왔다. 지은이는 우울증이 깊어 생리 기간엔 생리증후군과 겹쳐저 아예 학교에 사나흘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이다. 학교에서 하는 검사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예진이와 함께 있는 걸 보니 서로 마음을 어루만지며 상처를 치유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교사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을 서로 찾아 서로 만져주며 어려운 시기를 넘기며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겠지. 그래서 고맙다.

은미는 이번 주 월요일 학교에 와서 선택 과목 변경에 대한 학부모 동의서를 받고 어렵지 않게 과목 변경을 하게 되었고, 내년에도 미술 중점반에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