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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3. "말미암이? 무슨 군대야? 아님 방탄 팬?" 본문
“샘, ‘말미암이’가 뭐예요?”
“응? 무슨 군대야? 아니면 방탄 팬인가?”
“네???”
“‘말미암이’가 아니라 ‘말미암아’. 원인이나 이유를 뜻하는 말.”
“아~~~”
2학기 1차 지필고사를 본 날 앞반 국어 교사가 학생과 나눈 대화라고 한다.비교적 문제를 쉽게 냈다고 생각했는데 앞반 샘의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복도에서 만난 의혁이에게 물어보았다.
“국어 어려웠니?”
“네!”
“어느 부분이 제일 어려웠을까? 중세국어의 특징?”
“아니요. 알고리즘 부분이요.”
“아! 대안 생각하며 읽기 부분? 그게 왜? 지문은 쉽잖아.”
“그렇긴 한데, 선택지의 그 미묘한 의미 차이가 너무 어려워요.”
“그랬구나. 너는 이공계열 쪽이라 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었겠네.”
“그렇긴 한데, 수학, 과학도 잘한다고 해 봐야 2등급이예요.”
“2등급이 어디야? 다른 친구들 들으면 마음 상하겠다.”
“그렇겠네요.”
“너희들도 ‘말미암아’ 뜻 몰랐니?”
“아! 샘!!!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다 쓰고 그래요? 우리 반 애들 다 그거 답으로 찍었대요. 처음 보는 말이고, 두 개라서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답이다 하고.”
“그래. 국어 시험이 미묘하게 혼란스러운 선지를 놓고 고르게 하지. 그런데 ‘말미암아’를 몰랐다는 건 좀 놀랍다.”
시험 문제를 낼 때는 회의가 일고, 시험 본 후에는 괴롭다. 우리 학생들이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문제 풀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안타깝고,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며 선택지 헛갈리게 만드는 내 자신에게는 울화가 치민다.
내신 잘 받고 싶어서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지만, 그 학생들이 참여한 만큼 시험 점수가 잘 나올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 서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롭다.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줄 세워야 하기에 지문으로 어렵게 하거나, 지문이 쉬우면 미묘한 선택지를 만들어 틀리게 유도해야 하기에 정말 고등학교 교사 노릇하기는 양심에 찔리고 학생들에게는 그저 미안한 마음만 든다. 이러면서 ‘국포자’까지 만들어낼 것 이란 생각을 하면 정말 내 자신이 ‘X쓰레기’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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