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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 본문
몇 년 전 ‘카모메 식당’(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2007년, 일본 영화)을 보면서 비고츠키 교육학을 떠올렸다. 파리만 날리던 ‘카모메 식당’에 토미, 미도리, 마사코, 리사가 들어오면서 식당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곳으로 변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마음을 나누며 각자의 상황에서 주체적인 삶을 찾게 된다. 이 영화의 배경은 ‘핀란드’다. 핀란드는 교육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그들은 그 원인으로 1963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한 ‘종합학교개혁’에서 찾는다. 핀란드 교육 개혁의 기반이 비고츠키 교육학이다.(208쪽) 지금 생각건대 핀란드를 배경으로 일본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 사토 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도 비고츠키의 교육학을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217쪽) - 비고츠키 교육학이 연상된 것은 우연치고는 굉장하다.
비고츠키 교육학의 핵심은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이다’(역사와 말)(293쪽)다. 비고츠키는 인간이 인간 됨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사회’ 속에서 ‘학습’을 통해 ‘자유의지를 지닌 주체적 인간’으로 길러지면서 ‘인격’을 얻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카모메 식당’의 주요 인물들은 현재, 사회 안에서 관계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각자 도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치에’의 ‘식당’을 중심으로 고립된 인간들이(식당 주인 사치에 마저도)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협력적으로 살아가는 가운데 비로소 주체적 삶을 찾게 된다. 비고츠키 교육학에서 인간이 산다는 것은 사회 다른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와 협력을 통해 지적인 내면의 성장을 한다는 것과 일치한다. 이 과정에서 ‘기호와 도구’의 사용이 핵심이며 ‘말과 글’이 그것이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음식이 그 역할을 하는데, 음식은 인간의 ‘기호와 도구’가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한 문화역사적 생산물이다.
말을 깨우치는 단계와 글을 배우는 단계, 글을 배운 후 개념을 익히는 단계에 따라 인위적인 조작이 필요하고, 그것이 교육인데, 특히 말은 배우고, 개념은 익히는 것이다. 개념을 익히기 위해선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며, 체계적인 학습을 하기 위해 교사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고츠키라고 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비계’나 ‘근접발달영역’을 떠올린다. 근접발달영역은 학습의 하한선과 상한선 사이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상한선까지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을 의미한다. 교실에서 상한선까지 끌어낼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핵심적인 존재는 교사이므로 그와 하는 협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인간은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개념이 체화되면서 주체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카모메 식당’, 서로가 서로에게 교사가 되는 협력의 사회, 이를 통해 주체적인 삶을 찾게 하는 장소, 이야말로 학교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그런데 이거슨 서평인가, 영화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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