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나무

학교 일기 2. 복통으로 이비인후과를 본문

원고

학교 일기 2. 복통으로 이비인후과를

나무와 들풀 2023. 10. 24. 09:18

, 머리가 아픈데 조퇴해도 돼요?”

집에 조퇴하겠다고 말씀드렸니?”

, 엄마가 아프면 조퇴하래요.”

그러자. 이 이후 병원 갈 거니, 아니면 집에서 쉴 거니?”

집에 있는 약 먹고 좀 쉬면 나을 것 같아요.”

알았다.”

지유에게 학부모 의견서를 주고 보내니 뒤이어 민지와 영서가 연달아 와서 조퇴를 하고 갔다.

작년 학교를 옮겨 일반계고 1학년 담임이 되었다. 그런데 학교를 옮긴 후 놀란 게 학생들이 너무나 고분고분한 것과 출석 상황이 중학교에 비해 엄청나게좋지 않은 것이었다. 처음엔 의아했으나 아이들이 가져오는 서류를 보니 이해가 됐다. 중학교에서 익힌 내신 사수 신공으로 병원에서 떼어오는 진료확인서에는 원인불상의 복통이나 두통이 적혀 있거나 복통으로 이비인후과를 다녀오기도 했다. 어디가 아파 진료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진료확인서도 많았다. 오죽하면 고등학교 근처의 병원을 학생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을 우리 학교 교사들이 했을까.

진료확인서나 처방전이 아닌 학부모 의견서담임 확인서등등 해서 작년 우리 반은 매월 얇은 책 정도부터 두꺼운 책 두께의 출결 서류를 생산해냈다. 코로나 기간이기도 했지만 내가 담임이라 쉽게 쉽게 조퇴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학생이 조퇴할 때 담임 교사가 학부모에게 전화 해서 허락을 받고 집으로 보내는 다른 반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하면 출결 상황이 나아질 것인가 하며 내가 학급에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고 별반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 다른 반 수업에 들어갔을 때 우리 반만큼 비어있는 자리를 보기도 했고, 월초에 지날 달 출결 서류를 내며 우리 반 정도 분량을 보기도 했다. 그런 걸 보다고 해서 내 마음에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학생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내심과 참을성을 기르는 것도 교육이고, 몸이 아프면 일을 중단하고 쉬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는 것도 교육이다. 그럼에도 학생의 결정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자위하지만 출석부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날이 며칠 안 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급식 먹고 오는 길에 4교시에 조퇴한 지유가 그때까지 집에 안 가고 교실에서 있는 걸 보고 조퇴 안 할 거냐?’ 했더니 밴드부 샘이 의논할 게 있다고 하셔서 샘과 같이 있었고, 이제 갈거라고 하길래 점심은 먹었냐고 물어봤더니, ‘먹었다기에 잘했다고 답하고 운동장으로 나갔더니, 지유는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발걸음 가볍게 학교 밖을 뛰어나가고 있었다.

(2023.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