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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일기 7. “청소년은 자리나 채우는 들러리란 말인가! ”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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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일기 7. “청소년은 자리나 채우는 들러리란 말인가! ”

나무와 들풀 2024. 1. 26. 09:51

“샘, 저 영화 동아리 만드는데 샘이 지도교사 해 주면 안 되요?”
“되는데, 왜 2학년에서 찾지 않고.....”

우리 학교 동아리 구성 방식이 올해는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고 지도 교사를 구해서 1년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때 동아리를 못 만든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만든 동아리를 나머지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구성해서 창체활동 동아리 시간을 운영한다.

지원이는 2학년으로 올라갔는데, 1학년 담임인 내게 영화 동아리 지도교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동아리 계획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영화 감상 동아리였다.
“미안. 나는 영화 제작 동아리를 운영하고 싶어. 1학년에서 영화 제작 동아리 만든다고 하는 학생들 없으면 내가 그 동아리 지도 교사해 줄게. 2학년에서 좀 찾아보고 있어.”
이렇게 대화는 끝이 나고, 나중에 물어보니 찾았다고 했다.

1학년 영화 제작 동아리는 우리 반 학생들 중 영상 관련 계열을 진로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좀 있어서 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서 운영 중이다.

동아리 활동으로 학기 초 자기소개 영상을 만든 후 하반기에 있을 각종 청소년 영화제 출품을 준비하며 시놉시스와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한 후 작품을 만드는데, 아무래도 학교 창체 동아리 활동은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한 달에 한 번 띄엄띄엄 두 시간씩 있는 데다 학생들은 방과후에 학원 가느라 학교에 있을 시간도 없다. 무슨 영상 관련 진로를 계획하고 있고, 수시를 생각하는 학생들인데 방과후와 토요일, 일요일까지 영, 수 학원에 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에서도 각종 수행 평가 준비로 국어 시간에 국어 수업과 더불어 영어 문장 암기를 멀티태스킹으로 해대고, 공부 욕심이 많은 친구들은 항상 책상 위에 수학 문제집이 놓여 있다.

이렇게 바쁜 학생들이 어찌어찌 창체 동아리 시간과 방과후 몇 날 몇 일을 찍어 만든 영화를 청소년 영화제에 지난 주 출품을 했다. 주제가 좀 달랐고 러닝 타임이 주최측에서 요구한 것보다 좀 더 길었지만, 만들었으니 요구한 시간에 맞게 신청서를 보내고 유튜브에 작품을 올렸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 출품작이 모자라서 출품 기간을 더 늘린다고 공문이 왔고, 애들은 더 이상 편집할 시간이 없어 결과를 기다렸더니 여전히 출품작 미달로 자동 본선 진출로 결과가 나왔다.

아! 본선 진출한 팀은 모두 시상 범위 안에 있었고, 그리하여 본선 진출과 시상을 기대한 우리 동아리 친구들은 토요일 리허설과 영화제 내내 그 긴 시간을 투자하여 참가했다. 그런데!! 이 정신 나간 영화제 측은 주제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주제에 맞지 않다고 우리 학생들이 출품한 작품을 떨어뜨렸다. 아!! 토요일 그 긴 시간을 그 장소에 오게 해서 온갖 것을 다 시켜놓고는 주제에 맞지 않다고 떨어뜨릴 것이면 왜 본선에 올렸으며, 왜 그리 일찍 오라고 했는가! 청소년 영화제라면서 본선 진출 팀 모두가 시상 안에 있었는데 굳이 시상보다 모자라게 상을 주면서까지 영상을 진로로 택해 일 년 동안 만든 영화를 떨어뜨려야 했는가!

청소년은 자리나 채우는 들러리란 말인가! 누가 상금 달라 했는가! 수시 때 포트폴리오로 들어갈 한두 줄 정도쓸 수 있는 경험을 동네 영화제에서 주면 안 되는가! 영화제에서 상처받은 우리 아이들 모습을 보고 너무 속상해서 일주일 내내 몸을 떨었다. 아직도 그 영화제에서 나만 홀로 못 나오고 이렇게 분노에 찬 타자를 치고 있다. 그리고 눈물도 찔끔 난다. 가만 두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