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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13. 방학 이틀 전, 분주하고 따뜻하고, '나이스'는 이름값 못하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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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13. 방학 이틀 전, 분주하고 따뜻하고, '나이스'는 이름값 못하고

나무와 들풀 2024. 2. 8. 12:23

방학인 오늘, 교사들은 여전히 생활기록부 검증과 출석부 마감과 같은 일 때문에 넋이 나가 있다. 생활기록부 검증을 누르면 빨간 색으로 확인하라고 뜨는데, 자율과 진로와 동아리 출결 때문이다. 자율과 진로는 담임이 해결할 수 있지만, 동아리는 동아리 담당 샘만이 할 수 있다. 인정 결석한 날 창의적체험활동이 들면 참여하지 않았어도 참여한 것으로 기록이 되고, 결국엔 누가 기록과 실제 참여한 시간이 달라서 오류가 뜨는 것이다. 그럴 땐 일 년 동안 창체 날짜 다 찾아서 출석기록과 대조해서 찾은 후 인정 결석한 날 기록을 삭제해야 빨간 글씨가 없어진다. 이건 바뀌기 전 나이스도 그랬다. 나이스는 무슨!!

학생들한테 성적표 나눠주니 받아서 열어보고, 이나는 ‘평면조형 점수가 이상하다’고 하고, 은영이는 ‘미인정 지각 없는데 하나 있다’고 했다. ‘그러냐’고 얼른 출석 확인해 보니 에구구! 바로 뒷 번호 하영이가 종종 미인정 지각을 하는데, 그게 윗 번호로 체크가 돼 있다. ‘고치겠다’고 했더니 은영이가 ‘아니라고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우하하~~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어흑흑~ 출결 담당 교사에게 말해서 11월 상신한 거 푸는데 풀릴 리가 있나? 결재하셔야 될 분들이 오늘 우리가 원한다고 그 자리에 앉아 계실 리가 없지. 오늘 3학년은 졸업식인데. 원격으로 월요일 해결하고 은영이에게 알려줘야 한다.

점수가 다른 평면조형은 담당 선생님께 갔던 학생들이 우르르 교실로 오더니 ‘고쳐주신다’고 했단다. “기말 성적 확인 사인할 때 확인도 안 했니?”하고 물었더니, “확인할 땐 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인했어요.”한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대? 하는데, 연구 부장이 헉헉대며 와서 ‘나이스에 수행평가 반영 비율 올리는데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열었고 결과가 나와서 성적표 다시 재발송하기로 했단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학생들에게 성적표는 재발송 될 것이고, 평면조형은 성적이 달라져서 등급이 내려갔던 사람들 올라갈 것이라 전하고, 혹시 모르니 단톡으로도 올렸다.

그 북새통에
“야야, 이거 선생님이 우리한테 쓰신 편지야.”
“뭐가?”
“이거 말야, 개인통신문!”
“어? 진짜네!”하며 막 성적표 개인통신문을 읽는다.

그러면서 “샘, 내년에도 담임해주세요”했다가 “내년엔 우리처럼 힘든 애들 말고 편한 일반반 맡으세요.”했다가 참 지들끼리 내년 인사 내정까지 하고 있다.

사실 그 혼란 중에도 애들 보내면서 울까봐 엄청 조심했다. 일 년 동안 고마웠다고, 내년에 더 잘 할 수 있길 빌겠다고 말하면서도 울컥했지만 참았다. 속이 아리아리하고 막 울렁울렁했다. 그래도 안 울고 무사히 보냈다.

집으로 가면서 “샘, 통신문 감동 받았어요. 눈물이 막 나왔어요. 내년에도 담임 샘 하시면 안 되요?”한다.
“난 국어고, 2학년부터 우리 반은 미술 전공 샘이 담임하셔야 되잖아.”했더니, 끄덕끄덕하면서도 “그래도요.”한다.

참, 이별은 어려운 일이다. 헤어져야 당연하고, 그걸 알면서도 서로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말하며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아릿한 마음을 안고 나이스에 들러붙어 다시 생기부 반영 누르고, 전체 검증 누르고, 빨간 글씨 뜨면 다시 출석 확인하고...
손은 리얼리즘이고, 마음은 로맨티시즘, 사는 게 다 이런 거지 뭐!

(2014.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