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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오자와 마키코 지음, 박동섭 옮김, 서현사, 2012년 본문

(서평)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오자와 마키코 지음, 박동섭 옮김, 서현사, 2012년

나무와 들풀 2024. 3. 7. 11:33

 

심리학 앞에만 서면 사람들은 왜 작아지는가? 혹은 왜 너나 할 것 없이 MBTI 검사 결과를 서로 들이대며 사람들을 유형으로 나누는가? 재미로도 하고, 때론 너와 나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할 때마다 E와 I가 다르게 나온다.

이 책을 만났을 때 그동안 심리학에 대해 가졌던 불만과 미심쩍음이 해소되는, 내 편에서 말해주는 사람의 따뜻한 시선을 느꼈다. 근대성의 가장 큰 특징인 인간의 이성으로 만들어진 학문은 결과적으로 인간을 우열로 나누기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배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감성의 배제에서 오는 왠지 모를 억울함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 환경에 생존하기 적절한 유전자를 선택한 것이지만 이것을 ‘우월’이라는 유전자 선택과 상관없는 가치 판단의 언어를 들이대면, 상대적으로 ‘우월하지 못한’ 것들을 배제하는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인류 역사상 큰 비극도 일어났다. 이런 근대적 이성에 바탕을 둔 것들을 해체하고 비판한 참 따스한 책이다.

심리학은 약자인 아이들에게 잔인하게 권력을 행사하고 대상화한다. 발달이라는 구조화된 개념의 확립은 어린 아이를 억압하고 어른들도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으로 묶어둔다.(30쪽) 그것은 아이를 보는 심리학과 의학이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에 ‘발달지수’라는 수치를 사용해서 값 매김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각각의 다양한 삶을 ‘발달’이라는 ‘척도’가 끊임없이 값 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33쪽)

그동안 PET(부모역할훈련)나 TET(교사역할훈련) 등의 상담 기법들이 좋다고 연수도 하고 책도 읽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 전달법이니 너 전달법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진저리를 치면서 “엄마, 제발 말끝나마 ‘구나’, ‘구나’ 좀 하지 마! 역겨워!”했다던 동료 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때 함께 공부하던 우리들은 말로 딱 부러지게 표현하지 못했던 이유를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상담자가 내담자 위에서 내담자 감정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의식이 깔려있는,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을 외면하며 내담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동료 교사의 자녀가 느낀 역겨움이 바로 내 마음으로 다가왔다.

심리학이 상품화 되면서 심리가 조작되는 또 다른 억압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좀더 신중하고 엄밀하게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171쪽) 부모교육훈련도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처럼 부모-아이의 권력 관계가 느껴진다.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교묘하게 아이를 지배하려는 사상과 기법이 아닌가 한다. 부모와 아이는 생활 속에서 폐쇄된 관계를 열어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자유로운 해방과 진정한 미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실 안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그렇다. 지배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고민하고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 사회는 동양문화권 속에서 생활과 문화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초, 중학교와 고등학교라는 제도는 듣는 측의 의지를 무시하고 강제로 듣게 하는 장이다. 그곳에서 미래를 살아갈 인간의 성장이 가능한가, 그 해결은 교육을 넘어 사회 구조에 있다고 하지만 교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