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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에듀니티, 2013 본문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에듀니티, 2013
1장. 도덕이라는 ‘픽션’을 새롭게 만들자
나코시 : 자신과 관계가 없는 사람을 점점 배제하는 지금의 풍조는 지하철 안에서 태연하게 화장을 하는 여자아이나 땅바닥에 아무렇게 않게 주저앉아 있는 감각과도 연관이 있지요. ‘투명한 존재인 나’가 아니라 ‘상대방을 투명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2장. 병에 걸린 사람은 부모?
우치다 : 부모는 자기가 수신하고 싶지 않은 신호는 선택적으로 무시하거든요. 부모 자신이 허용 가능한 메시지만 수신하는 셈이지요. 옆에 있는 사람을 선택적으로 ‘투명’한 존재로 만드는 매너를 아이들은 자신들을 태연하게 ‘투명’한 존재로 만든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은 아닐까요?
나코시 : 70%의 젊은이들의 감정 표현은 두 가지 단어 말고는 들을 수가 없으니까요. ‘열 받는다’와 ‘귀엽다’.
우치다 : 교육 문제의 근본에는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말해라’, ‘개성적으로 표현해라’와 같이 아이에게 강제하는 것은 거의 다 죄악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말이 막히는 아이에게 아무리 말이 막혀도 괜찮다, 선생님은 기다려 줄 테니까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이 훨씬 우선순위가 높은 교육 과제 아닐까요. 역설적이게도 말을 통한 완전한 표현을 단념한 사람만이 풍부한 언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표현한 말만 선택하려고 하면 ‘열 받아’, ‘귀찮아’, ‘귀여워’ 같은 정말로 빈곤한 말밖에 남지 않습니다.
우치다 : 아이 문제의 99%는 어른의 문제입니다.
나코시 : 결국 말하는 것만 기다리느라 아이가 발신하는 신호에는 반응하지 않아요. 미묘한 표정, 근육의 움직임, 혹은 공기의 흐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는 게 아니 그저 말만 있는 거지요. ‘아이와 대화를 하자’는 것은 옳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인지하는 것.
타자로부터 메시지는 이렇게 비대칭적 관계가 아니면 닿지를 않아요.
사람은 사랑만으로 살 수가 없어요. 사랑만으로는 안 되고 경의가 필요해요.
3장. 양극화하는 문화 자본
우치다 : 지금 균질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낮은 계층에서만이고, 상류층은 거기서 쏙 바져나갔어요. 위에서는 불과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 자본과 정보를 누리고 있는데, 나머지 95% 정도는 태평하게 ‘일본은 모두 중산층이야’라고 믿으면서 하층화되어 가지요. 요즘 바보 대학생은 예전의 바보 대학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바보니까요.
지성이 정서의 풍부함인 것 같은데 말이죠. 세상일에 대해서 놀라거나, 감동하거나, 독특하게 생각하는 능력 말입니다.
나코시 : 정서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알고 있는 것을 단지 자기 안에서 반추하는 데 그치고 말지요..
아줌마란 사실은 정확하게 전 사춘기에서 멈춘 사춘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전 사춘기에서 멈춰 버린 어른.
우치다 : 아이인 거군요.
나코시 : 전 사춘기는 멈추는 것인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잘 통과하지 않으며 진짜 사춘기를 제대로 통과할 수 없다.
4장. ‘나’는 하나가 아니다.
우치다 : 일본의 전통적인 전향은 프티부르주아인 도련님이 대학생 나이 때 좌익이 돼서 혁명 운동에 참가하고, 체포되고, 감옥에서 전향해서 그 뒤에 정부 기관에 들어가 권력 엘리트가 되거나 천황주의 이데올로기로 옷을 갈아입는 패턴이지요.
전향한 뒤에는 평생 바뀌지 않고 우익인 채로 살아요. 저는 그게 희한합니다.
‘나는 어디를 까도 나다’k 아니라, ‘나는 여기서는 A이고, 저기서는 B이고, 또 다른 데서는 C이다....’라는 존재 방식이 더 자유롭고 더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불행이란 결국 ‘자기가 하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나코시 : 트라우마라는 틀에 갇혀 버리면 자신이 겪는 현재의 리얼한 체험은 마치 그림자 같은 것이 되고 말죠. 현실이 모두 그림자이고, 그림자의 본체가 트라우마라는 과거 쪽에 있게 돼요.
우치다 : ‘트라우마에 걸린 사람’은 시간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요.
나코시 : 아들러는 과거의 기억이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는 거예요.
우치다 ; 자크 라캉도 같은 말을 하고 있지요. ‘인간은 과거를 전 미래형, 즉 미래 완료형으로 말한다’고요. 우리가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말을 끝내고 났을 때 듣는 사람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해 주까, 나를 사랑해 줄까, 나에게 경의를 표해 줄까, 나를 승인해 줄까.... 이런 이야기의 효과를 노리고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겁니다.
우치다 :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에 대한 매너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매너는 다릅니다. 디지털 기호로서 대상을 다룰 때 인간은 잔혹해집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신체 감각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말을 갖고 있지 못하죠. 어휘도 어법도 없어요.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 너무 빈곤해요.
나코시 : 땅과 신체 감각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했는데 불행한 사람이라는 부류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신체적인 감각이 둔하다고 해야 할까, 어긋나 있는 사람이아고 해야 할까....
우치다 : 저는 요즘 여성들의 감수성이 둔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다이어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신체에서 나오는 ‘비타민이 필요하다’, ‘미네랄이 필요하다’하는 신호를 전부 차단시켜야만 다이어트가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나코시 : 뇌가 전제 군주가 되어서, 신체라는 민중이 고통을 받고 아무리 비틀거려도 그걸 무시하고 빠득빠득 짜 내듯이 독재 정치를 계속하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5장. 교양이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
나코시 : ADHD와 PDD. PDD는 ‘전반적 발달 장애’의 약칭으로 특정한 것에 집착이 강하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치다 : 지금은 사회가 계층화되어서 학교 교실에는 균질성이 높은 개체만 모여 있어요. 균질성이 높은 개체가 북적거린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꽉 찬 상태란 뜻이지요. 아이들이 속한 집단이란 균질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지내기 어려워지는 게 당연해요. 그런데 지금의 부모들은 점점 균질성이 높은 집단에 아이를 보내려고 해요. 이건 아이를 질식시키는 일과 다름없어요.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재화의 공통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치명적이 되니까요.
우치다 : 우리 시대의 교양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체를 한눈으로 조망하는’ 거였는데요, 교양주의의 좋은 점은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가를 아는 것.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배타적이예요. 확실히 깊이는 있는데 밸런스가 나쁘지요.
본질적인 상상력이 초래하는 건 오히려 감각적인 부분이예요.
6장. 의무 교육은 13세까지?
우치다 : 옛날 성인식은 14, 15세 때 했지요. 그 시기에 아이의 신체와 마음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알고, 여기에 기초해서 아이에 대한 사회적 입장을 바꾸는 기술, 즉, ‘너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야’하는 대응 방식을 취했던 거죠.
의무 교육은 13세까지, ‘털이 날 때까지’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 뒤에 학교 밖에서 이것저것 경험을 하고 난 뒤에 다시 ‘아무래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돌아오면, 그런 아이들은 공부하려는 동기가 확실하니까 훨씬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제도적인 받침을 마련해 두고, 공부하고 싶은 아이는 언제라도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우회로만 담보해 놓는다며 의무 교육을 13세까지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7장. 엔터테인먼트라는 ‘위대한 희망’
8장. 부모는 역할이다
나코시 : 자기가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는 아이들이 꽤 되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자신이 집중하고 있을 때 시간과 공간을 끊임없이 침식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치다 :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언제나 부모입니다. 경의, 신뢰, 사랑이라는 개념은 아이의 내면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르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말로 해야 알 까닭이 없으니 부모가 아이에게 신뢰와 경의와 사랑을 보여 줄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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