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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30) 내일이면 방학이 시작된다

나무와 들풀 2024. 8. 7. 09:04

내일이면 방학이 시작된다. 어제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도로 곳곳이 침수되어 통제하는 곳이 있어서 평소 등굣길보다 2, 3배의 시간이 걸렸다는 학생들이 있었다. 등교 시간이 30분이나 늦춰졌는데도 지각하는 학생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그런 학생들을 각 반별로 조사를 했는데, 미인정 지각이 아닌 인정 지각으로 처리를 해주려나 하는 희망을 가졌더니, 6교시 지나면서 담임 확인서로 그런 사실을 서술해서 제출하면 인정 지각으로 처리한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이다. 오늘 도로 통제로 서너 번을 돌면서 학교에 온 학생 엄마는 문자로 너무 억울하다고 처리 결과를 물어보시기에 전화를 드려 처리 과정을 알려드리니 고맙다고 하신다.

성적표는 전체통신문과 개인통신문을 써서 출력해서 결재를 올리다가 아뿔싸! 담당자가 어제 날짜로 출결 마감하라고 했는데, 일일 출결만 마감하고 월출결을 마감하지 않는 바람에 우리 반만 출석 날짜가 다르다. 이미 출력하고 도장까지 다 찍었는데 그것을 파쇄기에 넣으려다 말았다. 10반이므로 설마 결재 과정에서 학기말 출석일자까지, 10반까지 확인하시려나. 뭐 결재하다 딱 걸려서 다시 출력해서 제출하라면 다시 하는 거고, 슬쩍 넘어가면 내일 학생들에게 성적표 주면서 날짜는 그리 되었다고 알리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개인통신문은 개개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썼다. 한 학기 동안 고마운 학생들에겐 감사를 전했고, 격려가 필요한 학생들에겐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는데 잘 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자퇴한 여주를 빼고 다들 건강하게 한 학기를 마감하고 있다.

매일매일 다른 학교로 전학 간다고 하면서 대안학교와 특성화 고등학교, 해외 학교를 찾고 죽고 싶다며 자해를 하던 민지는 6월 어느 날 전학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학교와 학급에 마음을 붙이려고 노력하며 지냈다. 그러더니 방학하기 2주 전에 체험 학습을 내고, 외할머니댁으로 갔다. 쌍꺼풀 수술을 방학 때 할 거라고 나한테 자랑하더니, 그새를 못 참고 쌍꺼풀 수술하고 외할머니댁으로 체험 학습을 갔다. 민지 장래 희망이 배우인데, 친구들과 문제가 있었을 때는 다이어트를 할 거라고 방학 전까지 두 달 가까운 날을 점심도 안 먹고 살을 뺐다. 얼굴 성형도 배우의 과정에 들어가는 건가?

민지는 마음을 어떻게 고쳐먹었는지도 도통 모르겠다. 매일 자해하고, 결석과 조퇴, 지각을 반복하며 상담실과 보건실에서 학교 있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특별실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그 실에 들어가지 못해서 달아나던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모습으로 수업에 임하고, 학급에 필요한 화장지를 내게 와서 달라고 해서 거는 모습. 그 차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쌍꺼풀 수술이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되어 2학기에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급식도 먹으면서 생활하면 좋겠다.

학교 자율교육과정은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들어오신 마을 선생님들강사비와 그림책 제작비, 재료비는 시에 신청해서 받은 교육경비를 기타선택적 교육과정 운영비로 등록한 5백만 원과 고교학점제 운영비에서 1백97만6천원으로 품의해서 시에 정산할 때 10원도 틀리지 않게 결재 올렸다.

개(!)듀파인 바보인 나를 이렇게 품의 등록을 하고 정산하게 만든 대한민국 교육부는 대단하다. 작년에도 툴툴대며 입력했던 학기말 세특(과목별세부항목 및 특기사항), 행발(행동발당상황) 등은 어느 것도 시정된 것 없이 똑같은 화면으로 여전히 불편하게 입력하며 다 끝냈다. 돈 주고 발주한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으면 업체에 요구해서 시정을 요구하고 고쳐야 하는 게 아닌가? 어찌 이리 불편한 게 있어도 하나도 안 바뀌고 작년과 똑같은 불편함을 참으며 생기부(생활기록부) 입력을 마치게 한단 말인가! 어쨌거나 내일이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