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나무

(학교 일기 31) 방학엔 빈둥거리기...마음 근육 만들기 본문

원고

(학교 일기 31) 방학엔 빈둥거리기...마음 근육 만들기

나무와 들풀 2024. 8. 13. 16:24

방학한 지 어느새 열흘이 지났다. 가현이가 며칠 전에 영상에 쓸 소품으로 갱지가 필요하니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학교에 널리고 널린 게 갱지라 알았다고 하고, 혹시 갱지가 뭔지 아냐고 물었더니, 가정통신문 종이 아니냐고 묻는다. 알고 나한테 구해달라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깜빡 잊고 있었다. 그랬더니 어제 톡으로 어찌 됐냐 물길래 오늘은 학교 실무사님께 연락해서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행정실에 연락해서 교무실에 갖다 놓을 테니 언제든 학교에 들러 가져가라고 한다. 방학 동안에도 무엇인가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고 좋았다.

방학 전 상담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2학기에 성적을 올린다고 결심을 단단히 한 상태였다. 몇몇 학생들은 방학 1, 2주 전부터 혹은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방학 동안 할 학습 계획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방학이 시작되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하고 그 기간을 빈둥거리며 보냈다. 사람에게 빈둥거리는 시간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딸도 학창 시절 빈둥거리지 않았다면 지금 보이는 단단한 마음의 힘은 만들지 못했을 테니까.

우리 반 학생들, 방학이 채 2주도 남지 않았는데 세운 계획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3주 동안 무얼 하고, 그것으로 결과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내가 하는 운동도 시합을 신청하고 3주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가?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 평소에 기본적으로 연습 계획이 있고 꾸준히 실행한 사람이라면 3주 더 열심히 벼락치기 하면 결과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별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로 했다면 3주간 열심히 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어쨌거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면 제일 잘하는 것이리라.

방학하는 주엔 교장님의 희한한 생각과 행동을 만났다. 2020년부터 하고 있는 대학원 강의를 2학기에도 계속하게 되어 겸직 신청을 하려고 미리 얘기를 했는데, 느닷없이 왜 사전에 물어보지도 않고 결정된 것을 통보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봉사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받으며 강의하는 것은 이익 추구를 위한 활동이므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거잖아요.”

라고 하는데 숨이 턱 막혔다. 도무지 해석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돈을 안 받고 공짜로 하면 허락을 하겠다는 말인가? 복무규정 25조를 그렇게 해석하는 문해력은 무엇이며, 노동에 대한 왜곡된 생각은 또 무엇인가?

방학 전 수요일부터 교장님과 그런 이야기가 오가다, 교감님이 금요일 마지막으로 여쭈어 보겠다고 하고 교장님을 만났는데 교장님이 무응답이라고 했다. 그래서 토요일에 내가 교장님에게 문자를 남기고 전화를 했는데 한 번은 거절하고 한 번은 받지 않았다. 겸직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사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대학원에 강의 불가를 전했다. 교장님이 지금껏 그런 생각과 법 해석, 직원 응대 방식으로 살아왔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방학 전 수요일부터 겸직 허락건 때문에 교장님을 두 번 만나며 도대체 이런 교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교장 :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너무 밖으로만 나돌아. 세상에 생활기록부 점검단 신청하라는 공문이 왔는데, 신청한 사람이 7명이나 돼서 너무 놀랐어요. 아니 학교에 충실해야지, 이렇게 바깥으로 나돌면 학교 일은 제대로 하며, 학급 일은 부담임한테 맡기고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거 아니냐고.

나 : (우리 학교 샘들 정말 너무 훌륭하다. 생활기록부 점검단으로 7명이나 신청했다고!) 그건 제가 알 사안도 아니고, 부장도 아니므로 알 수도 없는 일입니다. 바깥으로 나돈다고 해도 대학원 수업은 월요일 저녁 8시부터 9시 20분에 이루어졌고, 줌으로 진행되었고, 수업과 교육과정 관련 강의이므로 복무규정이나 그 어떤 것에도 저촉되지 않았습니다.

교장 : 나이 어린 교사들이 그런 철없는 행동을 하니까 교장으로 답답해서 경력 있는 선생님에게 하소연한 것인데 무얼 그리 파르르 하면서 반응하세요?

나 : (절대 상종하면 안 되겠다!) 저하고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생활기록부 점검단은 7명이 신청했으나 심사에서 떨어져 3명만 활동하다가 그 사람들도 교장님이 싫어해서 그만 두었다고 한다. 학교 운영 참 내실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