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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29) 학교 자율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무와 들풀 2024. 8. 6. 12:06

학교 자율 교육과정 중 하나가 끝났다. 작년에 우리 시의 생태 환경 센터에서 진행하는 탄소저감 프로젝트를 신청해서 자율활동으로 진행했는데, 수업 내용이나 수업을 진행하시는 마을 교사 역량이 고등학생이 들어도 손색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그 프로그램을 조금 손봐서 학교 자율 교육과정으로 진행하자고 서로 협의를 했다.

그런데 어떤 행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센터에서 국가환경교육센터에 공모한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다며 우리 학교 교사들과 환경학습전문적 공동체를 만들어 탄소 저감 프로젝트 워크북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손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우리 학교 입장에서는 어차피 1학년 자율교육과정으로 진행할 프로그램인데 미리 같이 논의하고, 워크북을 만들자고 하니 덥석 물 수밖에.

그리하여 5월에는 1학년 담임 교사와 센터 마을 선생님, 센터 직원들이 함께 모여 협의회를 하며 프로그램의 취지와 내용을 공유하고 새롭게 개발할 프로그램 방향을 논의했다. 그 이후에는 워크북 개발에 합류할 교사를 정해 6월과 7월에 센터 마을 선생님과 작업을 했다. 마을 선생님들은 이 수업에 사용하는 교구들이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크롬북을 활용하여 웹에서 하는 활동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 연수를 듣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웹상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작년 우리 시의 생태 환경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의문이 든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지역의 탄소 배출원과 흡수원을 표시하고 발표하는 활동에서 사용하는 전지 크기의 OHP 필름을 보며, “저게 이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과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것과 실제 진행하며 사용하는 교구들의 괴리가 느껴져 불편했었다. 프로젝트 수업이 끝난 후 센터가 수업의 피드백을 요구해서 그 내용과 함께 수업 진행에 대한 사항들을 전달했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선생님들의 마음도 많이 상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학년말 생활기록부 작성에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에서 피드백을 해달라고 했으니, 급한 마음에 마을 선생님들의 훌륭한 수업 진행과 교재, 교구의 사용은 언급되지 않고 부족하고 더 보완해야 할 부분만이 피드백이 되었다.

그랬더니 마을 선생님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다. 다행히 센터에서 마을 선생님들과 만나 피드백한 내용에 대한 워크샵을 하도록 해서 그 활동을 하며 피드백의 의도를 이해하시고 마음이 누그러지셔서 올해는 같이 시범사업을 하자고 연락까지 온 결과가 어제 끝난 자율 교육과정이었다.

올해는 센터에서 피드백에서 나왔던 문제점을 고쳐 OHP 필름 대신 웹 지도를 이용해서 활동을 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수업 내용과 진행도 고등학생 수준에 맞고 학기말 분위기에 맞게 활동 중심으로 잘 구성하여 진행하였다.

마을 선생님들이 이렇게 학교 들어와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새롭게 웹 프로그램을 배우고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워크북 제작에 참여하고, 수업을 함께 진행한 나로서는 이런 분들이 지역에 계셔서 정말 고맙다.

지역에서는 학교의 문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는 더 어렵다고 한다. 지역에서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필요한 것 없다고 손사래 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래 전부터 우리 지역은 학교와 소통하며 학교 교육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땐 언제든 손을 내밀었고, 지역에서는 그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는 협력 관계를 잘 구축하고 있다.

오늘도 내일부터 진행될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와서 도움을 주실 마을 선생님들과 협의회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협의회가 있을 예정이다. 그림책 수업은 올해 3년째이지만, 마을 선생님들은 항상 학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시고 매년 달라지는 활동지에도 당황하지 않고 연구하셔서 들어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이런 분들의 협력 덕분에 올해도 우리 학년 개인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는 함께 노력하고 만든 학습 활동들이 잘 기록될 수 있겠다. 방학이여 어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