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나무

핀란드 교실 혁명, 후쿠다 세이지 저, 이북 본문

핀란드 교실 혁명, 후쿠다 세이지 저, 이북

나무와 들풀 2016. 6. 18. 11:45

핀란드 교실 혁명

후쿠다 세이지 저, 박재원 역, 이북, 15000원

 

 일본과 우리는 교육이 비슷하다는데, 최근 출간된 책이나 흐름을 보면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걸 느낀다. 일본의 교육하면 '사토 마타부' 교수처럼 실천적인 학자가 떠오르는 반면 우린 떠오르는 학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도 그렇다. 핀란드 교육에 대해서 수 년 전부터 전교조에서는 관심을 갖고 연수도 다니고 둘러보고 오는 걸 봤지만 후쿠다 세이지처럼 오랜 기간을 관찰하고 연구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핀란드 교육에 대해 몰랐던 건 아니다. 여기 저기서 귀동냥하여 들었기에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새롭거나 놀랍지 않았다. 특히 이 책이 의도하는 바와 방향이 몹시 엇나가는 역자의 제목 짓기와 단원 끝의 첨언이 원래의 책 내용엔 공감하다가도 첨언에 이르러선 동의할 수 없는 지점에서 역자와 팽팽한 대치를 이루고 말았다.  왜 이 책을 번역했는가라는 의문을 달면서.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이 책이 이렇게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과연 후쿠다 세이지는 알고 있을까? 알고 있는데 역자의 이런 첨언이 들어간 번역을 용인했을까?

 핀란드 교육은 핀란드의 교육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훌륭한 교육 정책 속에서 우수한 교사들이 자율성을 철저하게 인정받고 그 속에서 교육한 결과가 지금의 핀란드의 교육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교육 정책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예술품처럼 했을지라도 그것을 개밥 그릇에 담는다면 그 요리를 누가 먹으려들겠으며 누가 그걸 요리라 하겠는가? 그래서 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펴고 있으면서 핀란드 교육처럼하란 이야기는 개밥 그릇 속에 요리를 담아 먹으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역자가 의도가 의심스럽고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핀란드 교사들의 자질과 우수함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교실에서 헛튼 짓을 하고 있어도 기다려주는 교사, 어떻게든 배움과 현실을 연결지어 학생들이 배움은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해 주려는 교사 이런 교사들은 우리 한국의 교사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책이다. 우수 교사를 육성하고 교실에서 그 역량을 펼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이런 정책이 없이 오로지 교사에게 교육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고아들에게 네 인생이니 네가 책임지고 가라 그러지 못하면 넌 인생을 살 자격이 없다고 내모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자의 첨언이 내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또한 담긴 내용에 비하여 쓸데 없는 사진과 지나치게 많은 여백, 양장본, 불필요한 첨언 이런 것들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는 책값. 이 땅의 더 많은 학부모와 교사와 교육 정책가들이 읽어야 할 책을 이렇게 만듦으로써 그들에게 더 멀어지게 만든 역자와 출판사 때문에 핀란드의 진정한 교육혁명은 이 땅의 교사들에 대한 비난으로 책임을 전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일제고사 폐지, 미래형 교육 과정 폐기, 대학 평준화가 아닌 핀란드의 교육 정책과는 정반대 방향인 교원평가가 꼭 필요하다는 지점으로 내모는데 일조를 할 것이란 불행한 예감이 든다. 이런 개밥 그릇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