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님들과의 대화

분회 총회 때 작성한 건의서 두 부를 복사해서 각각 드리고 학부모 상주실에서 6교시에 대화를 시작했다.

건의서는 아주 수준이 낮은 사안었다.

1. 지도안 작성

2. 교사의 자율성 침해

   (옷차림 건, 공식 석상에서 인격 폄하 발언, 반별 규칙 제정, 복창, 도덕 시험 반영)

3. 직원 조회 시간 엄수

4. 수업 시 방송 자제

 

일단 그 분들은 이런 건의서를 받은 것을 아주 거북해 하셨다. 그리고 본인들은 아주 잘 하고 있는데 왜 이런 게 필요하며, 부장인 내 수준에서 다 이해시키면 될 것 왜 이렇게 만드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동맥 경화에 걸린 조직이 된다고 하고, 없었던 지도안 작성은 역시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 교감님은 신규가 해마다 20명도 넘게 들어오는 학교에서 지도안조차 안 본다면 교감이 교사의 장학을 위해 뭘 하냐고 하셨다. 자료를 찾아주고, 학생 상담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신다. 교감 연수 때 들었던 장학을 해 보고 싶다고 꼭 협조를 해 달라고 했다. 협조는 늘 하고 있으나, 단협에 위반되는 사항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도안은 잠시 보류 상태로 두기로 했다. 일단, 지도안 내기 싫은 사람은 안 내도 되고, 안 낸다고 쪼아대지 않을 것이다까지 이야기가 됐다.

교사의 자율성 침해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달라, 같은 이야기가 앵무새처럼 반복됐다. 건의서대로 들어주십사고 부탁했다.

직원조회 시간 엄수 문제는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나 대안이 별로 없다고 해서 조회 시간에 두 분 발표를 한 분으로 줄이면 안 되냐고 했더니-사실 이게 가장 큰 원인인데 본인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런 사항을 교감이 자신들이 일개 부장한테 들어서 시정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하신다. 나는 일개 부장이 아니라 분회장이라고 거듭 말씀 드렸다.

수업 시 방송 자제는 알았다고 하신다.

관리자와의 대화는 상처를 남긴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줘야 하며, 우리 분회원들의 건의도 말해야 한다. 그들의 생각과 교사들의 생각은 너무나도 다르다.

교감님들과 대화하기 위해 많은 날들을 전전긍긍하며 지냈다. 끝내서 마음이 후련하지만 그래도 상처는 남는다. 이제 분회 회식을 하며 어제 결과를 알려주고 조합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해야겠다. 어찌 생각하면 관리자들이 교사들을 잡으면 조합원 확대가 쉬워져서 조합원을 확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기회를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