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7일 - 1월 8일
<안데스를 따라 쿠스코로>
버스를 타고 우리는 다시 이까로 왔다. 시간은 저녁 7시. 그리고 꾸스코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탔다. 야간 버스를 보기 전 우리는 허름한 2층 버스를 상상했다. 그러나 버스는 상상을 벗어나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아주 멋진 2층 버스였다. 식사도 주고, 비행기와 같은 화장실이 있으며, 비행기의 비즈니스석과 같이 넓직한 좌석의 버스였다. 이 버스를 타고 우리는 18시간을 안데스 산맥을 달렸다. 그러니까 1월 7일 저녁 7시에 출발해서 1월 8일 오후 1시 경에 꾸스코에 도착을 했다. 버스 안에서 저녁을 먹고, 또 아침까지 먹었다.
안데스 산맥은 교과서에서 만난 경험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상상해 보라. 18시간을 달리는 산맥. 그 높이와 크기가 상상이 되는가? 지리산 종주가 내 버킷 리스트였고, 그것은 몇 년 전에 해냈다. 그런데 안데스 산맥 종주가 버킷 리스트였다면 아마 이루지 못 했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혹은 노력을 하면 못 할 일이 없다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못하는 일이 있다. 인력으로 절대 못 하는 일이 있고, 안데스 산맥 종주, 이런 것이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고 바로 어두워졌고, 잤기 때문에 모르겠다. 그리고 깼을 때는 새벽 4시쯤이었고, 이 때부터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두어 시간 달리니 밖이 보였고, 밖은 거대한 산이 끝없이 이어졌다. 높이가 4000미터가 최고이고, 그 이후도 2000이 넘는다고 했다. 6시쯤 비몽사몽 간에 속이 울렁거려서 전날 먹은 술 때문인가 했다.
전날? 와카치나에서 점심을 먹으며 맥주 2병 안선영과 마셨고, 수영을 하다가 도중에 피스코 샤워를 한 잔씩 마셨으며, 수영을 끝내고 맥주 2병을 마시고, 야간 버스를 타서 저녁을 먹으며 참이슬 팩을 호수 아빠랑 안선영, 나 이렇게 셋이 나눠 마셨다. 그러니까 그 정도로 아침 숙취는 아닌 것 같은데 증세가 숙취 증세가 났다.
그래서 전날 아까로 가는 도로에서 산 사과를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들으니 고산병이 숙취 증세와 비슷하다고 했다. 비몽사몽으로 다시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쿠스코에 1시 정도에 도착을 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어두워서 보지 못한 곳을 빼고, 새벽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달리면서 그 험한 산맥 길가에 계속 집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 높고 험준한 산맥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인디오는 왜 이런 높은 산맥에서 살았을까? 이런 땅 밖에 없을까? 사실 쿠스코도 산맥 중간에 있는 도시다.
18시간의 버스 타기, 세상 살아가면 별별 일을 다 해 본다. 고산병은 6시쯤의 숙취와 같은 증세로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3000미터 정도로 고도가 낮아지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