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8일
< 쿠스코의 밤>
오후 1시쯤에 쿠스코에 도착한 우리는 볼리비아 비자 신청을 위해 호텔에서 서류를 작성하였다. 볼리비아는 우리나라와 외교 문제 때문에 마찰을 빚었기 때문에 비자 신청 서류를 꽤 까다롭게 한다는 가이들의 말에 모두들 신중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볼리비아 영사관으로 갔다. 볼리비아 영사관이 있는 곳은 이를 테면 우리나라의 강남과 같이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했다. 그래서 그런지 페루 특유의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영사관에서 우리는 비자를 신청했고, 영사님과 기념 사진도 찍었다. 처음 가이드가 볼리비아와 우리나라의 관계를 운운 할 적엔 영사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지만 비자를 신청하는 가운데 만난 볼리비아 영사는 그저 뚱뚱하고 인상좋은 할아버지였다. 볼리비아 영사는 우리에게 선물로 소금을 주었다.
비자를 신청한 우리는 다시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숙소로 와서 짐을 풀고 각자 점심을 먹었다. 우리 일행들은 점심을 먹지 않고 쉬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끼니를 거를 수 없었다. 아르마스 광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끝에 레스토랑에 들어갔고, 우리는 쿠스케냐 2병과 메인 요리 2개를 시켰다. 하나는 닭과 감자 튀김에 상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상추와 다른 야채가 있는 셀러드였다. 페루에서 내내 음식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우리는 쿠스코의 레스토랑에서 비교적 입맛에 맛는 음식을 먹고 호텔로 들어왔다.
고산병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도 맥주를 마시자, 취기가 확 오르면서 호텔로 들어가서 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시 7시가 되어 우리 일행은 저녁을 먹으로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와서 레스토랑의 저녁을 먹었는데, 아마도 이 이후는 페루의 음식과 결별하고야 말았다.
가이드는 페루의 가장 유명한 음식을 시켜준 것 같았는데, 기니피그란 생쥐처럼 생긴 동물을 목도 자르지 않고 통째로 구운 고기와 밑바닥이 새까맣게 탄 피자와 무슨 소스를 썼는지 맛을 느낄 수 없으면서 국수가락이 질기고 퉁퉁 불은 스파게티, 그리고 송어 구이, 소고기 스테이크가 네 명에게 나왔다. 도무지 그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채소만 먹었다. 아마도 레스토랑 주인은 이런 우리가 의아했을 것이다. 무슨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메인 요리는 깨작대다가 야채만 갖다 먹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안선영과 나는 여기서도 음식을 못 먹고 야채와 쿠스케냐를 2병 마시고 저녁을 끝냈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의 가게를 기웃거리며 우리 지회 샘들의 선물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린 호텔 바로 앞 레스토랑 사라에서 커피를 마시고 잉카 제국에서의 밤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