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회 제주시장배 전국철인3종 대회 출전기

기록 총 3시간 6분 1초

        수영 37분 38초, 싸이클 1시간 21분 43초, 달리기 1시간 6분 40초

45세 이상 장년부에서 1위를 했다. 그런데 기록이 여전히 3시간 이후라 아쉬운 마음이 크다.  

태풍 때문에 제주에 내려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행히 뱅기가 떠서 제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생이 바다에 빠져죽는다고 경기 포기하라고 무수히 전화를 많이 했지만, 그런 경우는 없기에 시합이 진행되기만 바랐다. 

금욜 늦은 밤 오겹살에 소맥을 먹고 토욜 새벽에 일어나니 같이 간 동호회원들은 배가 불러 아침을 못 드시겠다고 했다. 토욜 새벽 5시에 검차를 하고 거치를 한 후 5시 40분쯤 워밍업을 한 후 6시 30분에 시합이 시작됐다. 경기 시작을 7시로 알고 있었던 터라 가까운 화장실을 못 찾고 걍 물에 뛰어들었다.

레인 없이 부표 3개만 달랑 띄워놓고 두 바퀴를 돌라고 했다. 부표가 떠 있는 거리는 750미터를 훨씬 넘어 보였고, 많은 선수들이 거리가 멀다고 궁시렁거렸지만 경기는 걍 진행됐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수영을 하라고 했지만, 평지에서도 공간 감각이 없어 길을 잃는 내가 물에 머리를 쳐 박고 어케 지형지물을 인지해서 똑바로 헤엄을 칠 수 있을까? 첫 바퀴는 선수들이 우루루 가는 쪽을 같이 가서 잘 돌았으나 두 번째 바퀴는 반대 방향을 갔다가 보트를 만나 쫒겨나고,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가 보트를 만나 쫒겨 난 후 혼자 수영 골인 지점으로 들왔는데, 엉뚱한 곳으로 들와서 다시 헤엄쳐서 수영 골인 지점으로 갔다. 컷오프인줄 알고 시합 접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아무도 안 잡아서 시합을 지속했다.

싸이클은 그럭저럭 탔다. 세 바퀴째에서 울 클럽 남자 회원님의 엉덩이를 보았고, 가뿐하게 재꼈다. 내 트라이애슬론 인생에서 첨으로 넘사벽을 재낀 순간이었다. 환호성을 지르며 앞질렀다.

그리고 달리기. 배가 아파 화장실 어디 있냐고 소리쳤더니, 뒤에 있던 선수가 친절하게 알려줬다. 화장실 갔다오고 기록을 포기했다. 너울이 심해서 파도에 선수 20여 명이 물 속에 철푸덕 쳐박히고, 이리저리 헤매다녔으니 시간은 얼마나 흘렀겠으며, 바람 불고 언덕도 심심찮게 있었으니 이미 기록은 물 건너 간 거였다.

바람 맞고, 언덕을 넘어 두 바퀴를 뛰어서 골인했다. 뛰면서 여성 장년부 두 명의 선수를 재끼는 쾌거도 있었다.

들와서 수박 먹고 죽 먹고 샤워하고 경품 추첨을 기다리는데 울 클럽 회원이 내가 1등 했다고 알려줬다. 원래 2등이었는데, 장년부 1위가 전체 3위로 올라가면서 1위가 되었다. 상금도 10만원 받았다. 첨엔 클럽 회장님이 내 기록이 3시간 20분이 넘었다고 해서 1위를 한 게 부끄러웠다. 그런데 오늘 클럽 게시판에서 3시간 6분이었음을 확인하고 조금 나아졌지만, 어쨌거나 여전히 3시간 이후에 골인을 했다. 생각보다 수영 기록이 좋아서 역시 나는 슈트빨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