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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제13회속초해양제전철인3종대회 출전기

나무와 들풀 2018. 8. 20. 10:39

 

 

 속초대회는 2002년 내가 처음 머리 올린 대회다. 태풍 경보가 내렸을 때, 수영 자유형 팔꺾기도 안 들어갔을 때, 클럽에서 팀대회라고 신청하라고 해서 다 해야 되는 줄 알고 했다. 경기 규정 안내를 열심히 읽었던 당시 규정에 포기할 수 있다는 항목이 없어, 그 무서운 바다에 뛰어들어서 울면서 완주했던 대회다. 세상 물정 모르고 어리숙하면 나쁜 점도 많겠지만, 이런 점에선 좋은 점일 수 있겠다.

  어제 대회에선 수온이 높다고 슈트 착용 하지 말라고 했다. 원하면 입어도 되지만 시상에서 제외라고 했다. 설봉대회하고 같았다. 그래서 슈트를 벗고 수영을 했다. 시상에 욕심이 나서 그런 건 아니다. 지난 설봉 대회 때 슈트 입고 했고, 연맹 게시판에 드갔다가 DNF 처리된 것 보고 짜증 만빵에 이렇게 될 거면 완주했다고 클럽 회원들에게 서서갈비에서 왜 쏘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암튼 나 같은 사람들이 연맹측에 항의를 많이 해서 바로 DNF 처리됐던 게 삭제된 걸 봤다.

  속초 대회, 설마 슈트 착용 금지 아니겠지 했다. 파도 일렁였고, 기온이 높지 않았다. 근데 전날 문자로 슈트 착용 금지라고 왔다. 이번엔 고민하지 않았다. 남들이 슈트 안 입으면 나도 안 입고 하고, 그걸 완주로 치겠다고 생각했다. 바닷물이란 것도 그런 결심을 도와줬다.

  슈트 벗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레인도 없는 바다를 헤엄치며 여러 번 멘붕이 올 뻔 했다. 통과해야 할 노란 부표 두 개가 안 보이고 건물만 보이는 그 바다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더럭 겁이 나서 되돌아갈까 여러 번 생각했다. 그러면서 정신 차리고 방향을 틀어보면 노란 부표 두 개가 보였다. 너울도 넘나 크고, 바다 시커멓고, 사람도 없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엄청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수영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 44분 32초였다. 28초만 늦게 나왔으면 컷 오프였다. 그 동안 내 수영은 슈트빨이었다.

  싸이클은 분홍 다리에서 다 제끼면, 출발 지점의 커브 많은 데서 다시 다 추월당했다. 4회전 하는 동안 계속 그랬다. 코너링 못 하면 언덕에서 제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잔차 실력은 잔기술이란 걸 처절하게 깨달은 대회였다.

  런, 56분에 들왔다고 좋아했더니 클럽 회원이 코스가 500미터 정도 짧았다고 했다. 확실히 뭘 못 하는지를 알게 된 대회였다. 잭에서 코너링 연습 많이 해야겠다. 달리기 열심히 하고, 수영장도 빠지지 말고 꼬박꼬박 나가서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에구에구~~~

  얼결에 3등을 해서 클럽 회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울클럽 40대 여성 기록 보다 19분이나 느린데다가 3시간도 넘은 기록으로 입상을 해서 별 감흥이 없다. 이번 주엔 제주대회인데 태풍이 온다고 한다. 제주까지 가서 밥만 먹고 오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얼른 지나가서 무사히 시합을 치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