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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간다 17 - 라빠즈의 달의 계곡 본문

여행

남미에 간다 17 - 라빠즈의 달의 계곡

나무와 들풀 2016. 4. 5. 13:02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오전

<라빠즈의 달의 계곡>

라빠스에서 아침은 전날 저녁에 맥주를 마신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전날 우리는 그 레스토랑이 호텔에 소속된 것인 줄 모르고 맥주를 마셨는데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달의 계곡으로 향했다. 달의 계곡이라 상상할 때는 달이 떴을 때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곡으로 가 보니 달의 형상을 한 진흙과 모래 덩어리가 솟아 있었다. 안내자가 달이라고 해서 달인 줄 알았지, 사실은 토끼나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 솟아 있었다. 그리하여 달 속의 토끼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달의 계곡은 볼리비아의 토양이 만들어낸 조각품이었다. 그곳의 넓은 지역이 진흙과 모래가 섞인 토양이었는데 달의 계곡 부분이 유독 그런 땅이었다. 그곳에 비가 천 년이 넘게 내리면 짖이겨지는 진흙과 흘러내리는 모래가 그런 조각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의 계곡을 돌아보는 데는 15분 코스와 45분 코스가 있다는데 우리는 45분 코스를 돌기로 했다. 다 돌고 나니 생각보다 거리가 짧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의 개념과 남미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간이 개념이 다른 것 같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하고는 30분을 넘게 가면서, 45분 코스라고 하는데 막상 걸어보면 30분이 안 되는 이 시간 감각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달의 계곡에는 여러 가지 선인장이 있었는데 바늘 모양의 선인장은 인디오들에게는 정력제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런 속설이 있는데도 이런 선인장이 많았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이미 알약으로 만들어 선전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저씨들이 싹쓸이 해 갔을 것이다.
달의 계곡을 나와 전망대로 올랐다. 페루에서도 개들이 길거리며 상점까지 마음대로 왔다갔다 했는데 볼리비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라파즈는 대도시여서 그 정도가 덜한 것 같았다. 차선이 없고 그렇기에 막힐 때는 왜 막히는지 모를 정도로 차가 막히고 경찰이 통제해도 사람들은 횡단보도고 뭐고 그냥 길을 건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라파즈는 360도로 벌집이 거대하게 빙둘러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집들의 색깔이 진흙색이다 보니 벌집 느낌이 강했다. 이 높은 고산지대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 볼리비아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렇지만 라파즈는 행정상의 수도라 그런지 괜찮은 직업만 있으면 별 불편 없이 살 수 있겠다 싶었다. 교사의 월급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교사로 지낸다면 큰 어려움 없이 서울에서 살듯이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매연은 지독했다.
볼리비아는 사회주의 국가인데 가장 큰 문제가 관리들의 부정부패라 했다.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것이 볼리비아를 출국할 때 볼리비아 돈으로 개인당 30볼리비아노를 준비해 두라고 루피가 말했다. 누가 국경을 지키고 있느냐에 따라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볼리비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굉장히 낙천적인 표정과 웃음이 많았다. 페루의 사람들은 얼굴에 다른 표정이 없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웃는 얼굴이어서 여행자의 마음으로는 소매치기가 많다고 해도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하옌 거리로 갔다. 그 거리는 스페인이이 정복했을 때 만들어 놓은 것이 비교적 제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했다. 유령이 출몰해서 거리 가운데 십자가를 만들어 놓은 것이 특징이었다. 그 십자가 옆에 볼리비아의 유명 화가 마마니의 갤러리가 있었다. 마미니는 인디오들의 그림풍을 잘 표현한 화가라 한다.
이곳 볼리비아는 축제의 나라라고 한다. 라파즈만 해도 일년에 800여개의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축제를 위해서 쓰는 돈도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많이 쓰는 사람들은 1년 소득의 1/3까지도 쓴다고 하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먹고 마시는 곳이 공짜라고 한다. 공짜라면 누가 제공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라파즈도 남쪽과 밑으로 내려올수록 잘 살고, 언덕 쪽에는 중산층이 거주하며, 북쪽과 꼭대기에는 하층이 사는데 최하층은 없다고 했다. 사회주의 나라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라파즈 시내에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가이드는 이 사람들이 최하층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들은 시골에서 사는데, 라파즈에 와서 구걸을 해서 시골집으로 내려가서 동네 공동체 사람들과 그걸 나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시골에 집과 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믿던가 말던가다.
하옌 거리에서 악기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둘러보았다. 악기 박물관은 볼리비아 전역의 악기와 스페인 지배 전과 지배 후의 악기를 모두 모아놓은 곳이었다. 작지만 많은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기타 모양인데 지판이 둘이라던가, 다섯까지 동그랗게 있는 것도 있었고 다양한 타악기와 현악기들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여러 나라의 장난감 악기도 모아놓은 것이었고, 우리나라의 오래 전 장난감인 프라스틱 동그란 북에 피카츄가 그려진 것도 있었다.
악기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국회가 있은 무리요 광장으로 갔다. 무리요 광장은 국회가 있기에 클 것으로 상상이 되지만 아니다. 국회나 대통령 궁도 경비가 그리 삼엄하지 않다. 몇 명의 군인이 입구를 지킬 뿐이고, 광장도 아파트 촌에 있는 공원 정도의 크기다. 비둘기가 굉장히 많아서 어떻게 좀 처리를 하지 않으면 발에 채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광장을 본 우리는 라파즈의 오성급 호텔인 플라자에서 뷔페를 먹었다. 오성급 호텔 뷔페라고 했지만 우리나라 뷔페의 1/3 수준이었다. 식탁 한 바퀴에 5가지 정도의 요리와 나머지는 셀러드로 차려져 있고, 작은 식탁에 쿠키와 젤리, 케익-굉장히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코레이션-이 있었으며, 구석에 고기를 굽는 곳이 있었는데 닭과 소고기 돼지고기 소시지를 즉석에서 구워주었다. 맛은 괜찮았다. 이곳에서 우장식 선생님이 데코레이션 된 와인을 깨는 바람에 80볼리비아노를 물어내고 몹시 불쾌해 하셨다. 그렇지만 그 덕에 우리는 와인을 맛있고도 즐겁게 먹었다.

< 라빠즈의 달의 계곡-가운데 솟은 것이 달이다.>



< 악기 박물관에 있던 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