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보석, 페루>
페루는 우리에게 남미 여행이 제일 처음 시작된 나라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우리 일행에 대한 어색함이 뒤섞여 페루에 도착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들풀이와 안선영, 조금 더 아는 사람은 진수 오빠 그리고 임정아 선생님. 김진수 샘은 진수 오빠라 부르지만, 그리고 그 이전에도 오빠라 불렀지만 그건 친근해서 부르는 호칭이 아니고 친근해져야 하기에 부르는 호칭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가 교과서 작업을 하면서 만나 까칠하게 3학년 팀을 이끌고, 그 까칠함는 나하고는 별 상관없이 흘러가다가, 남미 여행을 제안해서 따라 오게 되었다. 인생과 만남이 그런 우연과 선택 속에서 만들어지는가 보다. 진수 오빠는 남미에 여행가기로 했던 팀 인원이 모자라서 교과서 작업을 함께 했던 나에게 제안을 했고, 나는 까칠한 오빠가 여러 번 제안하기에 내 특유의 우유부단과 약한 마음이 작용해서 응했다. 그리고 인원이 계속 모자라다기에 들풀이 끼우고 안선영에게 제안하여 함께 오게 되었다.
그러나 짐을 꾸리고, 아니 꾸리기 그 이전부터 남미 여행은 닳아져 가던 건전지의 충전처럼 삶의 충전과 낯선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와 현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 여행지에서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 다시 한 번 나에게 남미 여행을 준 진수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페루는 마츄픽추 하나만으로도 여행의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거대한 안데스 산맥에 안긴 막츄픽츄, 그 오리무중과 기록되지 않은 역사와 슬픈 절망과 현실의 거칠음. 산악 지역에 사는 인디오의 음악은 슬프고 느리다고 한다. 페루의 아구아갈리옌테와 쿠스코에서 들었든 음악들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 슬프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남성의 힘차고, 경쾌한 노래였지만 마츄픽츄에 묻어 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슬프고도 가슴 아린 것이었다.
스페인어로 숫자도 하나도 모르고,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한 곳 페루.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에서 등산화를 닦던 아이들이 처음엔 1솔을 부르다가 갑자기 솔을 바꾸더니 10달라를 달라고 떼를 쓰다 2솔 밖에 못 주겠다던 내게 욕을 했지만 불쾌한 감정보다는 이해할 수 있는, 감당할 수 있는 삶이었다.
다음에 페루에 온다면 고추장과 김을 듬뿍 가지고 오리라. 페루가, 마츄픽츄가 웅장하고 좋지만 페루의 향신료와 소스는 아직도 감당하기 힘들다.
참, 페루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꾸스께냐였다. 필슨과 크리스탈도 있었는데 필슨은 김 빠진 맥주 맛이었는데 우리 일행 중 어떤 교사는 필슨이 맛있다고 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 교사는 어린 여교사로 술을 잘 못 한다. 그리고 현지 가이드의 여친은 크리스탈 녹색 껍질이 맛있다고 했는데 그건 흑맥주라고 했다. ^^
< 정감 있는 도시, 쿠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