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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간다 14 - 지구에서 가장 높은 호수 띠띠까까 (페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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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간다 14 - 지구에서 가장 높은 호수 띠띠까까 (페루)

나무와 들풀 2016. 3. 24. 15:39

<지구에서 가장 높은 호수 띠띠까까>

2013년 1월 13일 일요일

쿠스코에서 뿌노까지는 7시간 조금 넘었다. 뿌노로 오는 야간 버스는 처음에 피스코에서 쿠스코로 넘어오는 야간 버스보다 나빴다. 처음에 탔던 버스는 우등버스 수준에 이층에다 화장실이 각각 있었다면, 이번에 탄 버스는 고속버스 수준에 화장실은 아래층만 있었고, 화장실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감으로 일을 봐야했다.
뿌노에 도착한 우리는 스타렉스보다 조금 더 큰 차를 2대에 나눠타고 호텔로 왔다. 호텔은 생각보다 괜찮았으며 욕실에 더운 물이 잘 나왔다. 새벽 6시쯤에 도착했기에 1시간 30분 정도를 호텔에서 쉬라고 했지만, 나는 밀린 빨래를 했다. 들풀이는 고산증과 멀미에 기절한 듯이 잤다.
7시 30분에 띠띠까까 호수로 떠났는데 뿌노에서 호수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띠띠까까 호수는 지도에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호수다. 해발 3800미터에 있는 호수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페루와 볼리비아가 반씩 가지고 있다고 해야겠다. 백두산을 중국과 북한이 반씩 나누고 있듯이.
호수라고 하지만 눈으로 보면 호수가 아니라 바다처럼 느껴진다. 호수의 모양은 지도를 뒤집으면 퓨마가 토끼를 앞발로 잡고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인지 ‘띠띠’는 퓨마를 의미하고 ‘까까’는 ‘돌’을 의미한다. 현지 가이드는 호수의 발음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발음을 여러 번 시켰다. ‘카카’는 현지 말로 ‘똥’이란 뜻이므로 '티티카카'라 방음하면‘퓨마똥’이 된다. 그래서 목젖을 누르면서 경음으로 ‘까까’라고 발음을 해야 한다.
띠띠까까는 잉카의 시조신인 ‘빠차마망’이 탄생한 호수다. 여기서 탄생한 빠차마망이 쿠스코에 도읍을 정하고 잉카제국을 건설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신성한 호수가 되겠다.
띠띠까까 호수의 물은 굉장히 맑고 깨끗해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호수에 있는 많은 섬들 중 우리는 먼저 따낄레 섬을 보러 갔다. 보트를 타고 가는데 소리는 요란한 쾌속정 소리이나 속도는 아주 느린 통통배였다. 쾌속정이라면 30분 정도에 갈 거리를 2시간 30분이나 느릿느릿 배를 타고 가니 커다란 섬이 있었고, 거기가 따낄레 섬이라고 했다.
따낄레 섬에는 10개 정도의 부족이 살고 있다고 했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부족장들의 회의가 섬 정상에 있는 성당에서 열리고 있었다. 성당 앞에 10여 명 되는 부족장의 대표들이 쭉 일렬로 서서 뭐라 하더니 성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공동체 회의를 하러 갔다고 했다. 여자들 10여명도 모두가 위에 빨간 티셔츠와 검정 치마를 똑같이 맞춰 입고 따라 들어갔다.
여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린 점심을 먹고 내려와서 다시 배에 올랐다.
그 다음 섬은 우로스 섬인데 우로스는 섬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섬이었다. 갈대 같은 풀인 토토라가 난 흙을 가로 6-7미터, 세로 5-6미터로 잘라서 이 자른 것들을 막대로 고정시킨 매듭으로 이은 것이 섬이다. 토토라가 난 흙은 깊이가 1미터 정도인데 물에 뜨는 흙이다. 그래서 이 흙을 얇은 나무로 쳐서 잘라내서 그것을 엮어 섬처럼 물에 띄워놓고 거기에 집을 짓고 산다. 그러니까 이 흙을 얼마나 많이 잘라서 엮느냐에 따라 내 땅의 크기가 정해지는 것이다. 땅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도 거대하게 흙을 잘라 내 땅을 만들고 큰 집을 지을까 궁금하다.
그렇게 뜬 섬들이 집집마다 이어진 섬이 우로스 섬이다. 그러니까 옆집에 가려고 해도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런 곳에도 학교가 있고, 시장이 있었다. 각각 뜬 섬들이 한 가구인데, 집은 섬 위에 토토라로 한 단 더 높게 하여 역시 토토라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토토라가 난 흙만 잘라내어 그 위에 화덕을 올려 놓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물 위에서 본 이 섬은 참 아름답고 낭만적이나 살고 싶은 곳은 아니다. 습기가 늘 차 있을 것이고, 화장실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시엡립처럼 물 위에서 용변을 보고, 그 물을 마시고, 씻고 그러지 않을까?
우로스 섬을 본 후 우리는 30분 정도 배를 타고 다시 뭍으로 나와 호텔로 이동하였다. 저녁은 고산증에 시달리는 우리가 불쌍해서 인솔자 루피가 중국 음식을 시켜주었다. 닭국물에 국수와 배추, 닭이 있는 음식, 고기국물에 돼지고기와 닭고기, 국수와 만두피 덩어리(수제비 맛)가 있는 음식, 탕수육, 볶음밥에 감자튀김, 계란과 토마토 볶음 등의 음식이 나왔는데, 루피가 중국어 전공에 중국 담당 가이드라 중국집 주인과 말이 잘 통해 우리들 입맛에 맞으면서 짜지 않게 나와 잘 먹었다. 여기 중국집에서는 단무지와 춘장에 생양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가져간 고추장에 감자 튀김을 찍어 먹으면서 입맛을 잃지 않으려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이날 뿌노는 무슨 축제일인 것 같았다. 띠띠까까에서 돌아오는 버스가 호텔 앞에 세우지 못하고 조금 전에 세웠는데 축제 때문에 버스가 들어가지 못해서라고 했다. 축제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이루어졌는데, 가설 무대에서 그룹이 노래를 하고, 각 부족들이 자신들의 전통 복장을 하고 전통 춤을 추면서 거리 행진을 해서 아르마스 광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 아르마스 광장에서 한참 춤을 추더니 다시 광장을 빠져나갔다.
그 후 광장의 무대에서 중국의 경극과 같은 극이 펼쳐졌다. 말을 못 알아 들었는데 배우들의 동작으로 보아 악마 여럿이 살고 있었는데 천사가 내려와서 싸움을 벌이다 천사가 지고 악마들이 춤을 추면서 끝이 났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축제도 끝이 났다. 광장에 빽빽하게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우리도 방으로 들어왔다. 그 후 밖에서는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와 경찰차의 소리가 들리면서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나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춤 추고 놀 줄 알았는데 공연이 끝나자마자 흩어지는 참으로 끝이 싱거운 축제였다.


< 따낄레 섬에서 본 띠띠까까 호수>





< 우로스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