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사용할 교과서 선정을 하느라 교과협의회, 교과서 선정위원회 등등을 하며 여러모로 분주하다. 학교에서는 직원회의 시간에 교과용도서 선정 부조리 예방 안내자료를 배포하고, 교육과정 부장이 나와서 설명하면서 교과서를 선정하며 잡음이 나지 않게 일을 처리하라고 한다.
그러는 도중 학교에서 ‘급별과 상관없이 교과서에 관련된 일을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출판사 도서는 제외’하고 선정을 하라고 한다. “아니!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상관없는 교과서의 출판에 관계했더라도 그 출판사 교과서를 제외하고 선정을 하라고? 이게 더 문제 있는 선정 아닌가?” 했으나, 누가 무슨 말을 하던 교사들이 교과서를 선정할 땐 그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학생들한테 적합한 것인가를 따져 고르는 것을 알기에 벌컥하고 치받던 마음을 눌렀다.
오늘은 추석을 맞이하여 청렴 담당자에게 전체 교사를 향해 메시지가 날아왔다.
‘2024 추석 명절 청탁금지법 바로 알기’
하나 – 누구든지 친구, 친지 등에게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
(공직자가 아닌 가족에게 주면 된다는 말인가?)
둘 –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 100만원까지 선물도 가능합니다. ※ 공직자인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
(친척과 배우자를 통해 받으면 된다는 말인가?)
셋 – 직무와 관련 있는 공직자에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으로 주는 선물은 5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단, 농수산물, 농수산물 가공품과 농수산물.농수산물 가공품 상품권 선물의 경우 평상시 15만원, 명절 선물 기간 중에는 30만원까지 허용됩니다. 2024년 추석 선물기간은 2024. 8. 24~9.22(30일간)
(이 기간 동안은 30만원까지 공식적으로 받아도 된다는 건가?)
어이가 없다. 학교 교장이면 모를까, 누가 교사에게 청탁금지법의 하나, 둘, 셋에 해당하는 선물을 준단 말인가. 명절이 다가와 교사들이 들떠서 행여 사고라도 칠까 봐 그 마음을 살짝 눌러주는 배려로 해석해야 하는 건가?
교과서 선정하는 내내 담당자는 “해당 교과가 아니더라도 검인정 도서를 출판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어떠한 도서라도 검토, 집필 등의 과정에 참여하신 선생님이 계시면 본인의 안전을 위하여 이번 교과서 선정 위원에서 회피하시라는 연락을 교육청에서 받았습니다. 해당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출판사명과 출판도서 및 교과서명, 집필/검토인지 기재하셔서 제에게 메시지 주시기 바랍니다.(받은 메시지 그래로 임. 관행으로 볼 때 장학사가 보낸 메시지를 담당자가 복붙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붉은 색 글씨는 교육청에서 보낸 원본에서 그리했을 것으로 짐작함) ”하는 메시지를 전체 교사에게 보내고 있다.
언어 사용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며 전체 구성원들의 사고 구조를 교묘하게 자극, 변화시키는 것인가? 아니! ‘해당되시는 선생님’은 학생과 교사들이 사용할 ‘교과서를 집필’했으니 참으로 어려운 일을 했다고 수고를 치하해야 할 것 같은데, 마치 무슨 범죄에 연루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문구로 ‘본인의 안전’ 운운하는 협박 같은 이 글을 본다면 참 자존심 상하고 서글플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 현실은 공직자라도 다 같은 공직자가 아닌 것 같다. ‘직무 관련이 없어 100만 원까지 선물 받을 수 있는’ 공직자가 있고, ‘해당 교과가 아니’라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어’도 ‘본인의 안전’을 협박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권리’인 ‘교과서 선정에 참여’하는 일도 못 하는 교사라는 공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