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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34) 선택의 갈림길에 선 아이들

나무와 들풀 2024. 9. 13. 14:25

2학기가 시작되자 2학년 때 배울 선택과목을 결정하느라 고민이 깊은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선택과목은 1학기 때 이미 안내하였고, 진로 시간에 진로 선생님도 자세히 설명했다. 교육과정 부서에서는 7월에 교육과정 박람회를 열어 그곳에서 2학년 선배와 선택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런 과정을 진행한 후에 과목 선택을 하고 2025년 개설이 예상되는 과목을 학교에서는 추정하고 교과협의회를 했다. 학생들은 그때 한 선택이 임시일 뿐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2학기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하게 된다 해도 혹시 그 선택이 완전히 굳어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

2학기가 되며 학생들은 1학기에 임시로 선택한 과목들을 확정했다. 이제는 확정해야 하는 시간이므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고 선택하라고 했다. 1학기에 생각을 많이 하고 정했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변경했다. 여름방학 동안 자기가 선택했던 과목이 정녕 자기 진학과 진로에 맞는지, 자기가 정한 진학의 방향이 생각하는 진로와 맞는지 많이 고민한 것 같았다.

소소하게 사회와 과학 탐구 과목 내에서 예를 들면 ‘윤리와 사상’을 ‘한국 지리’로, ‘생명공학’을 ‘물리’ 등으로 교환하는 학생들, 제2외국어인 ‘중국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기초 영역에서 진로 선택이 바뀐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사회와 과학 탐구 과목도 연쇄적으로 바뀐다. 1학기엔 ‘기하’가 어려울 것 같아 ‘고전 읽기’로 선택했는데, 방학 동안 곰곰이 생각하니 아무래도 자기가 생각하는 진학에 불리할 것 같아 ‘기하’로 변경하면 사회 탐구 과목인 ‘한국지리’, ‘동아시아사’와 같은 과목들을 과학 탐구 과목들인 ‘화학’, ‘생명 과학’ 등으로 바꾸게 된다.

아마도 이 시기가 우리 학생들이 단체로 가장 크게 고민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1학기 말에도 교무실은 선택과목 결정 문제를 상담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는데, 2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교무실은 상담하는 학생, 변경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우리 반도 여러 명이 선택과목을 변경했는데, 서영이의 변경은 정말 뜻밖이어서 많이 놀랐다. 서영이는 여름방학 중에 학원에서 진학 상담을 받을 거라고 1학기에 봤던 두 차례 모의고사 성적을 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유니브(대학입학정보처리시스템)에서 모의고사 결과를 캡처해서 보내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서영이가 1학기에 선택한 과목들을 사회 탐구 계열에서 과학 탐구 계열로 싹 바꾸었다. 서영이는 똑 부러지게 야무진 학생으로 1학기 두 차례 상담할 때 자기 진로와 진학 계획이 그 또래에 보기 드물게 확실하게 서 있어 비교적 쉽게 이야기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자기 관리 잘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 안심하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기는 미디어 계열로 진학하고 싶다고 했었고, 창의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적성에도 맞다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약학으로 진로를 바꾸었다면서 선택과목을 변경했다. 다른 학생이면 몰라도 서영이가 전혀 다른 계열로 진로를 변경하니 너무 놀랐다.

“너 미디어 아니었니?”
“네, 그런데 학원에서 상담하니까 약대 가능하대요.”
“아니, 약대 가능한 거 하고, 네가 하고 싶은 거는 다른 거잖아.”
“네, 저 원래 약대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왜 미디어로 정했었니?”
“제 성적으로 약대 못 갈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아빠가 미디어 어때하고 묻길래 그냥 미디어로 정한 거였어요.”
“상담할 때 네가 미디어 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너 과학 과목 성적 좋은 거 보고, 이과 계열 적성 아니냐고 물었을 때도 아니라고 했는데, 한 번 상담으로 바로 진로가 바뀔 수 있구나.”
“에헤헤~ 그렇게 됐어요.”

크~ 그래, 지금이라도 제대로 찾았으니 됐지 뭐. 근데 학원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