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시운, 창비, 11000원
작가가 서태지 팬이었나 보다. 서태지와 지금 고등학생.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서태지를 알 수 있을까? 모를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 들풀이가 아른거렸다. 발레를 그만 두고, 참 많이 방황을 했다. 방황이라 해 봐야 우리 들풀이가 하는 방황이 그렇지 뭐. 마구 먹어대고, 공부 안 하고 빈둥빈둥대고. 공부 안 하고 빈둥빈둥대고에는 나도 별 할 말이 없다. 학원 가라고 쪼아댄 적도 없고, 공부하라고 야단치고 그래 본 적도 없으니. 그렇다고 내가 집에 붙어라도 있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만약 빈둥빈둥대는 옆에 내가 붙어 있어서 그 꼴을 봤더라면 가만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바쁜게 들풀이의 방황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라고 단언하면 안 된다. 그냥 모르겠다. 방황하는 아이 옆에서 위로해주고, 다독거려줘야 하나? 인생은 사는 만큼 딱 그만큼 견딜 수 있는 슬픔과 좌절이 주어지고, 그걸 극복해서 어찌어찌 살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유미라 했던가? 소설을 읽는 내내 들풀이와 동일시 되었다. 들풀이가 130키로는 아니지만, 발레를 하면서 극도의 다이어트를 하던 5 년을 알고 있는 내게 들풀이는 130키로의 거구로 뒤뚱거리며 내 옆에서 살아간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매를 맞고, 성폭행을 당하는 이 아이가 마치 들풀이처럼 느껴진 것은 단순히 뚱뚱함 때문이었을까?
유미의 '발디딜 데 없음'이 들풀이의 '나아갈 데 없음'과 같은 막막함이 동일시 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여기기엔 나는 딸의 상태를 모르는 부족한 엄마다.
뚱뚱해서 따돌림을 받는 아이들 혹은 그냥 따돌림을 받는 아이가 있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권하는데 그치지 말고, 함께 그 막막함을 이겨내자고 손을 내밀 때 쓰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