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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공동체/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집<한국형 지방자치 모델 센터 만들기> 시흥 포럼 결의문 1차 (동네 주영경 님 초안)

나무와 들풀 2019. 4. 30. 14:48

장곡타임즈 주영경 대표님이 초안을 쓴 결의문이다.


2011년 시흥시는 혁신교육지구가 되었다. 아동과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보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찾아온다. 교육을 보러 시흥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

 

가르치는 사람보다 배우는 사람을 위한 교육을 하자고 시흥의 교실들을 바꾸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불편하지 않도록 절차를 바꾸고 또 바꾸었다.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노력한 것이 벌써 9년이다.

 

시청과 교육청이 만나서 머리를 맞대는 협업회의, 컴퓨터 마우스 한번만 누르면 절차가 끝나는 원 클릭 시스템.

 

시청이 돈을 내고 교육청이 머리를 보태어 이만큼 왔다. 10년이다. 이제 새 식구가 온다. 마을이 오고 학교가 온다.

 

사업의 수혜자이고 소비자였던 학교와 마을이 온다. 주는 것을 받아먹는 수혜자가, 이제는 사업을 함께 준비하자며 온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따로 없고, 기획자와 실행자가 따로 없다.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협력자들이 있을 뿐이다.

 

식구가 늘어 새 집을 지으려 한다. 어떤 집이 좋을지 그림을 그린다. 이곳에 살 사람들이 직접 그린다. 새 집에 들어가 살게 될 그날이 생각만 해도 좋다. 지금껏 그리지 않았던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라고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린다.

 

설계도를 그리기는 어렵다. 집을 짓는 것은 더 어렵다. 우리의 수고가 열매 없이 끝나더라도 좋다. 그림을 그리려고 오늘 이곳에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것으로도 좋다.

 

운동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운동이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을 깨우는 운동이다. 수천 년 동안 백성을 부렸던 관청에게, 가르치려고만 했던 학교에게, 제 자식만 챙기며 살아왔던 저잣거리의 백성에게, 이제는 그러지 말자는 운동이다. 백성과 관리와 교사가 함께 가자는 운동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학교만으로는 턱도 없다고 비로소 알게 된 교사들이 있다. 우리 아이를 길러주는 학교를 도우려다 마을까지 바꾸는 동네 어른들이 있다. 교육이 좋아져야 이곳에 터 잡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믿는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새 집을 그린다.

 

아름다운 계절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여.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다시 풍성한 계절이 오면 이곳을 찾아주세요. 우리가 그린 그림을 보러 다시 와 주세요.

 

마을과 학교를 가르는 담장이 없어지고, 학교와 학교가 마을의 이름으로 손잡고, 코 흘리던 우리 아이들이 시민으로 우뚝 자라고, 누구의 엄마에서 마을의 주인으로 일어서는 학부모들을 보러 오세요.

 

교육 자치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맛보는 곳. 2019년 시흥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긴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 해가 돌아오는 날, 이곳에 다시 와서 마을을 노래하고 자치를 받들며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소리치는 날. 그날에 다시 만납시다.

 

수도권 변두리 시흥에서, 교육자치가 시작되고, 마을민주주의가 싹 트고, 사람과 사람이 살 맛 난다며 크게 웃는 날. 그 날을 위해 머리를 모으고, 그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모은다. 소래산, 군자봉, 옥구봉에서 우리 아이들 잘 자라게 해 달라고 두 손 비는 마음으로 새 집을 지으려 한다.

 

이천십구년 봄 지방교육자치의 길을 열어가는 시흥사람들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