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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외 문학동네

나무와 들풀 2016. 4. 11. 13:45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외 문학동네

 

김애란 : 세월호 기의와 기표의 약속이 무참히 깨지는 걸 보았다.

김연수 : 가만히 놔두면 인간은 나빠지며, 역사는 더 나쁘게 과거를 반복한다. 이반 일리치는 미래는 삶을 잡아먹는 우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미래는 없습니다.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가 착각하는 한, 점점 나빠지는 이 세계를 만든 범인은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박민규 :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는 사건이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진은영 : 시례와 평등은 완벽하게 대립한다. 모든 힘의 관계를 시혜의 관계로 표상하도록 하는 언설들이 난무하는 순간, 우리는 베푸는 지배자, 약자들이 가여워 눈물 흘리는 인정 많은 권력자를 받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황정은 : 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조건 생환을 바란다.

배명훈 : 세상은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는 게 아닐 것이다. 세상은 분명 질문에 대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사람 자리로 슬쩍 바꿔 앉는 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김홍중 : 내 인생은 금물인데, 당신은 무엇을 하며 즐기고 있는가, 물어오는 자들, 미래의 피폭자들, 암환자들, 이주노동자들, 탈북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실업자들, 강정에서, 4대강에서, 용산에서, 크레인 위에서, 우리 시대의 구조적 폭력에 절망한 모든 인간들, 배제된 자들, 세월호에서 죽어간, 살아남은, 그 죽음과 생존을 목도한 우리 모두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누군가 부르고 있는 노래, 인생은 금물, 함부로 태어나지는 마.

전규찬 : 개별적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태 이해, 진실 규명의 방담이 해답 찾기의 단초가 된다. 차이 나는 의견/입장들 간 대화는 일방적 선전을 거스른다. 강요된 침묵의 타개책이다. 권력은 진정한 대화를 원치 않는다. 권위로 정보를 독점코자 한다. 피해 재발 방지가 증인들의 힘든 발언에서 시작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생생히 지켜봤다. 공공성의 공백. 우리는 그것을 국가권력의 결정적 구멍이라고 했으며, 이 구멍으로 무수한 생명들이 익사했다. 사태에 관한 국가의 기본 책임이 바로 여기에 있는 바, 그것은 국가가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니라 구조의 기능들을 시장에 팔아먹은 데 있다. 사설 인양회사에 인명 구조를 맡긴 해프닝이 이를 희비극으로 예증했다. 결국 세월호는 빼낸 평형수, 즉 공공성의 복구가 사회 재건, 생명 보존, 평화 회복의 중대한 방책임을 반증하는 텍스트가 된다.

김서영 : 마음과 몸이 불편한 상태에 대해 분석하고, 그것에 대해 소리쳐 말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저항의 일상화. 그것만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는 현재 윤리적 필연을 대면해야 할 결단의 시간을 살고 있다.

홍철기 : 공적 능력이란 동등하고 다원적인 동료 시민들 대다수 아파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들의 눈과 귀에 노출될 것을 전제로 하여, 혹은 그러한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말하고 행위하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