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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14-2. 나는 뒷끝이 상당히 큰 편이다 본문
나는 뒷끝이 상당히 큰 편이다. 주변 사람들과 나를 지나쳐간 학생들은 ‘샘은 쿨해요.’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쿨해 보이는 이유는 내성적이라 표현을 잘 안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영화제 상장건을 이렇게까지 곱씹고 또 곱씹는 것은 그 뒷끝 작렬의 한 가지가 되겠다.
이름이 없고 ‘티백’이란 팀명이 적힌 상장을 받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상장을 사진으로 찍어 이사장에게 톡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밑에 다음과 같이 썼다.
‘안녕하세요? 00고 교사 000입니다. 어제 받은 상장입니다. 상장 받고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정말 처음입니다. 1. 12월 12일 담당장에게 전화받았을 때, 상장은 주문했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 보냈다고 하셔서 착불로 보내면 제가 지불한다고 했습니다. 2. 다음 날인 13일 학교로 상장이 왔고, 착불이 아니었습니다. 예산이 없다가 있다가 고무줄인가 싶습니다. 2. 상장에 팀명 티백이라고 명기되었는데 이런 상장은 생전 처음 봅니다. 팀명 밑에 상장 받은 구성원의 소속과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데, 팀명만 딸랑 있는 상장은 누가 받는 것인지 어떤 사람이 알겠습니까? 우리 학생들만 이런 상장을 받은 것이라도 문제가 되고, 영화제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이 이런 상장을 받았다면 재단측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 제가 이렇게 오랜 기간을 이렇게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기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정말 괴롭네요.’
그랬더니 2시간 정도 후에 이사장에게 톡이 왔다.
선생님..저희가 학교의 상황을 잘 못 챙긴것 같습니다..죄송합니다..다시 점검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출장으로 다녀오는게 예의라 해서 그리 하라 했습니다..너무 송구합니다~ 다시 챙겨보겠습니다.‘
그 답변을 읽고 ‘무슨 직접 출장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전화 통화로 다시 상장 보내는 것 논의하면 되지’하다 1학년 자율교육과정 운영과 생활기록부 지옥에 빠져 더 이상의 일을 할 여력도, 시간도 안 돼서 방학을 맞게 되었다. 그렇지만 문득문득 직원들이 온다고 하는 전화가 기다려졌다. 전화가 오면 굳이 올 필요없이 용건을 말하리라 생각했지만, 전화는 끝끝내 오지 않았다.
방학하는 날, 영화 ‘찻잔’의 감독이자 ‘티백’의 대표인 예진이를 불러 상장 원본을 주고, 팀원들도 기념으로 가질 수 있게 6장 복사본을 주었다. 그러면서 영화제 담당자와 만났냐고 묻자-영화제 담당자가 예진이에게 전화했고, 사과하면서 12월에 만나서 다음 영화제를 위해 조언을 듣겠다고 약속했었다- 본인이 전화를 했고 만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내가 상장을 주며 ‘이름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전화에서 담당자가 다른 팀도 다 그렇게 나갔기에 예진이네 팀만 이름이 들어간 상을 줄 수 없다’라고 했단다. 그래서 예진이는 수정된 상장이 올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네 아파트 야시장 장기자랑 무대에서 줌바댄스팀으로 출전해서 탄 상도 아니고, 시청소년재단에서 청소년 대상 영화제 상장을 이렇게 주면서, 청소년을 이렇게 대하면서 청소년재단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월급을 받고 있고, 나는 두 달을 이 일을 가지고 매달렸어도 이 모냥으로 일을 마치게 되었다.
자율교육과정 운영과 생기부 작성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 상장을 들고 이사장 또는 영화제를 직접 담당한 청소년문화의 집 관장을 찾아갔을까, 아니면 귀찮아서 포기했을까? 모르겠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포기하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다시 청소년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한 달 전에도 있던 00청소년문화의 집-그 영화제를 주관했던-이 없어졌다. 혹시 인사이동이 있어 그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게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대하는 일반적 태도라는 생각도 들고, 시의원을 만나 이 얘기를 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시간이 좀 있으니 별라별 생각이 다 든다.
이사장과 주고 받은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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