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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괴물 부모의 탄생』, 김현수 지음, 우리학교, 202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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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괴물 부모의 탄생』, 김현수 지음, 우리학교, 2023.

나무와 들풀 2024. 2. 13. 09:58

자신과, 자식과, 학교와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괴물부모'

일본의 교육현상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정도 앞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교실붕괴’가 있었다. ‘괴물 부모’도 일본에서 2000년대에 회자했고, 홍콩도 이 현상을 겪었는데 유치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읽고 싶지 않았다. ‘서이초와 같은 불행을 이렇게까지 선정적인 제목으로 끌어나가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만 괴물 부모고 교사는 그런 사람 없나? 내가 교사라고 내게 호소하는 주변 학부모의 애로 사항을 들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았다. 이런 경우 한쪽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기에 어느 정도 걸러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읽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때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잘 교육하기 위해 협력하고 교육공동체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남이란 것도 우연인 것 같지만, 그 만남이 지속되려면 필연이 필요하듯, 우연히 제목으로만 스쳐 갈 수 있었던 이 책이, ‘김현수’라는 필연으로 다가왔다. 김현수 선생님이 썼다면 정녕, 선정적인 내용으로, 답답하고 아픈 마음을 임시 방편적으로 후벼파서 눈물 흘리게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책 두께가 너무 얇아서 왜 이랬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정말 필요한 책이었다. ‘괴물 부모’는 선정적으로 저자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일본에서 시작된 용어와 현상이다. 학교라는 집단 공간 혹은 아이들이 연계된 집단 관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부모를 일컫는다. 주로 자녀에게 매우 권위적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다. 이들은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불평불만을 쏟아 내며 비합리적인 요청을 해서 운영에 지장을 주고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사 소진을 불러온다.(19쪽) 이들의 주장은 자기 아이를 특별하게 대우해 달라는 것과 학교와 교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다.(24쪽)

괴물 부모의 탄생을 일본의 연구자 가타다는 공동체의 붕괴, 마을 교육의 상실, 확대 가족의 해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52쪽) 즉 사회적 현상이란 말이다.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 가부장적 문화의 더딘 변화라는 현상은 특히 동아시아 5개 지역, 우리나라,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 유사해서 이들 지역은 모두 그로 인한 심각한 저출생 위기 앞에 놓여 있다.(129쪽) 그리고 일본, 홍콩, 우리나라의 유치원과 학교에 공통적으로 ‘괴물 부모’가 존재한다.

학부모가 괴물화로 된 바탕엔 괴물화 된 우리 사회가 있다. 우리 사회는 돈과 권력이면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142쪽) 그 과정에서 새로운 도덕관이 등장했는데, 바로 ‘성공’이라는 도덕 기준이다.(143쪽)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창피나 수치심 따위는 없다.(145쪽) 괴물 부모화는 학업에 기반한 초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가장 부정적인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성과 시민성이 상실된다.(147쪽)

그렇다면 이들 부모의 자녀들은 부모가 원하는대로 성장할까? 정철의 시조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처럼 어머니가 독박 유아를 하며 아이의 삶에 자신을 갈아넣고 투사하여 키운 아이들이 제대로 클 리가 없다. 괴물 부모의 자녀 대부분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기까지는 부모에게 순종하면서 지내다가, 사춘기부터 갈등이 폭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들은 ‘의존 인생’을 살거나, ‘일탈 인생’을 살거나, 부모로부터 탈출하는 ‘탈출 인생’의 세 갈래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48쪽) 결국 ‘괴물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자식도 망가뜨릴뿐 아니라 학교와 공동체도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당연히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사회적 해결을 위한 제언을 하지만 그 제안들을 한 개인으로 다 받을 수 없으므로 노력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리는 소비자 사회에서 시민으로 함께 성장해야 한다. 교육 관련 법과 제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낸 것이야말로 괴물 부모가 미친 지대한 사회적 악영향이다. 괴물 부모는 경쟁, 저출생, 학벌, 부모상의 왜곡이라는 퍼즐이 만들어 낸 집단적 탄생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항암 치료 중에 교사들의 사회적 목소리를 듣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교사와 교육을 향한 깊은 애정에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그러니까 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과 왜 폐지했냐고!, 왜 혁신교육 버렸냐고!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