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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에듀니티, 201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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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에듀니티, 2013

나무와 들풀 2024. 2. 13. 10:13

우치다 선생의 통찰력

이제 두 달만 지나면 학교마다 입학식이 시작될 것이다. 초, 중, 고, 대학교의 입학식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입학에 민감한 것 같다. 나는 날라리 엄마라서 그런지 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땐 학부모가 된다는 생각에 설레었던 것 같은데,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땐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목을 보고 중학교 입학할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아마도 한 대 맞거나, ‘너 제 정신이냐’고 질책당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엔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는 노하우 같은 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있는 것은 아이를 보는 큰 원칙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인 주문이 있다.

14세의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상태를 인정해 주고 기다려 주라는 것. 이건 부모도 그렇지만 사회도 기다리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유럽의 교육 제도들은 꽤 쓸만하다. 기다림이 곳곳에 존재하니까.

지하철 바닥에 주저 앉아 태연하게 화장을 하는 아이들한테 당혹스러워 하지만 부모한테 배운 대로 하는 것 뿐이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생각을 발신해도 부모들이 듣고 싶은 신호만 받으면서 선택적으로 아이들을 ‘투명’한 존재로 취급하지 않는가. 그런 취급을 받은 아이들이 옆에 있는 사람들을 투명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과연 어디에서 나왔겠는지 생각해 봐라. (오! 이런 통찰력에서 우치다 선생님의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묘한 표정, 근육의 움직임, 그 사람에게 나오는 공기의 흐름 이런 미묘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타자에 대한 비대칭적인 관계, 너를 나보다 위에 놓고 생각하는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 경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경의를 표현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경의, 신뢰, 사랑은 주도권을 쥔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말로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니 부모가 아이에게 신뢰와 사랑과 경의를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일상적으로 해야 한다. 모성애, 부성애 이런 건 환상이고, 부모는 역할이므로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당신이 살아갈 날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을 때 아이에게 ‘양말 뒤집어서 빨래통에 넣지 말아라’ 할 것인가? 아이가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것 같지만, 아이는 반드시 너를 떠날 것이며 그 순간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고 소중하게 아이와 관계를 일상적으로 만들면서 지내라. (이 말은 참 중요한 깨우침이다. 당연한 것인데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 책은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교사들에게 보내는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