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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21) 놀랄 일이 많은 올해 우리 반 본문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한 학기를 보낸 느낌이다. 심지어 다음 주 월요일엔 수련회도 간다. 수련회 갔다 오면 아마도 곧 방학을 맞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것만 같다.
수련회에 우리 반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못 가는 학생이 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15만 원 정도 보조금이 지원되는 걸 알려드렸는데도 어렵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시청 교육 협력 부서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는 방도가 없다고 했다. 시장님께 건의해서 체험 학습 지원도 내년에는 교육 지원 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산 상 어려움이 있다면 교복 지원 사업을 폐기하고 체험학습을 전체 지원 사업으로 교체하는 것을 건의하며 통화를 끝냈다. 못 가는 학생에게 돌아올 때 예쁜 선물 사오마고 위로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학생 체험학습 인솔 교사 안전 교육 연수를 교감실에서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생긴 쓸데없는 행정이다. 안전 교육 연수를 체험학습 실시 전에 했다고 사고가 안 일어나면 수십 번 해도 된다. 안전사고에서 정작 필요한 사회 안전망 구축은 그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사고가 났을 때 빠져나갈 궁리가 가득 찬 안전 계획 세우기와 계획 실행은 날이 갈수록 많아진다.
이러다 혹시 사고가 나면 안전 계획 모두 이행했으니 책임질 사람도, 일도 없으니 똑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나마 촘촘한 계획서가 안전에 기여하는 것은 자잘한 부분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지켜보는 것 정도랄까. 저녁 10시 이후부터 다음 날 6시까지 순서를 정해 안전을 점검하고, 학생 활동 모두 교사가 참여해서 하는 것들이 이전에 계획서로만 이루어지던 것을 실제로 하는 것 등은 좋은 효과라 할 수 있겠지만,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 달을 보내면서 올해는 대운을 맞은 것 같다. 월 출결 마감하는데, 작년까지는 출결 서류가 매달 책 한 권 정도였는데, 올해는 10장 안쪽이다. 이 보잘 것 없는 것이 얼마나 교사의 시간을 뺏는지 모른다. 간소화해도 일단 출결이 좋지 않으면 확인하는 전화, 좋지 않은 수업 분위기, 처방전 같은 서류 챙기기 등 모두가 덤으로 생기는 일거리다.
놀랄 일은 어제도 있었다. 전국연합고사에 8시 5분까지 전부 왔다. 전부 왔을 뿐 아니라, 끝까지 모두 앉아서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답지를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작년까지는 한두 명 정도 가져가고 나머지는 분리수거통에 버렸다. 정말 무슨 일이지 싶다. 심지어 청소 시간에 그냥 내빼는 학생조차 없어 혼자 남아 청소하는 일도 없었다. 반에 우렁 각시가 여럿인지 시험 후 시계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뒤집어 놓았던 게시물도 다 바로 놓여있다. 너무 놀라서 박수 치고 좋아했더니 ‘왜 저러지?’하는 눈빛이 돌아온다.
작년까지도 학생들은 정말 착했고, 감동이었는데 올해는 더한 감동으로 다가오니 그저 지난 시절 이 학생들을 잘 키워준 중학교 샘들한테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 꿀 빨고 있다.
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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